“텔레비전에 나오고 나서 (알은척/아는 척)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위의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뭘까? 답은 ‘알은척’이다. 사실 ‘알은척’은 문법 규칙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알(다) + 은 + 척’의 구성인 이 낱말이 문법 규칙대로 만들어졌다면, ‘알(다)’의 ‘ㄹ’이 탈락하여 ‘안척’이나 ‘아는척’이 되었을 것이다. ‘알다’는 ‘알고, 아니, 아는…’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알은척’은 당당한 표준어다. ‘알은척’이 다음 뜻의 낱말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나오고 나서 알은척하는 분들이 늘었어요.”에서 ‘알은척’의 뜻은 ‘다른 사람을 보고 인사를 하는 등의 안다는 표시를 냄’이다. “그가 그 일에 대해 알은척을 한다.”에서 ‘알은척’의 뜻은 ‘어떤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안다는 태도를 나타냄’이다. ‘알은척’은 이 두 가지 뜻을 나타내기 위한 낱말이 된 것이다.
“알량한 지식으로 (알은척/아는 척)을 하는 것보다는 어리석게 구는 게 낫다.”
위의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뭘까? 문맥상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꾸밈’의 뜻이니 ‘알은척’은 아니다. 그런데 정답인 ‘아는 척’은 낱말이 아니다. 동사 ‘알다’가 의존명사 ‘척’을 꾸미는 구성의 일반 구이다. 낱말은 문법 규칙에 맞지 않는 형태로 만들어져 쓰일 수 있지만 이처럼 구로 쓰일 때는 문법 규칙에 따른다.
국어사전에서의 구분은 이처럼 명확하지만, 현실에서는 ‘알은척’과 ‘아는 척’을 구분하기보다는 ‘아는 척’으로 통합해 쓰는 경향이 있다. 차이가 크지 않다면 단순화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 관습을 지키는 게 불편해질 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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