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고 싶어.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며칠만이라도 머물고 싶어. 우리는 이런 말을 하며 살지요. 오로지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짐을 꾸리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해 매일 트렁크를 끌고 다니는 한 소설 속 주인공처럼, 떠나는 것은 쉽지 않아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행은 즉각적으로 자유로 연결되지요. 자유가 생기는 것은 온통 “모르는” 속에 놓이기 때문이지요. 모르는 도시, 모르는 강…… 모르는 장소는 나를 둘러쌌던 안전한 장소를 잊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지요. 모르는 곳에서 온전하게 모르는 사람이 되게 해주는 것은 언어지요. 모르는 언어가 내가 알고 있던 언어를 한 순간에 잊게 해요. 생각이 중지되는 곳에서 나도 “한 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었구나, 느끼게 되는데 슬프지 않고 좋아요.
아는 사람으로 나타나기 위해,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나친 애를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모르는”은 삶에서도 시에서도 가장 중요하지요. 숭산 스님처럼 ‘오직 모를 뿐’이라는 화두를 가지면,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되어 사랑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르죠. 모르는… 모르는… 구르는 빗방울처럼 리듬도 좋아요.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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