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미국의 태평양 군사거점인 괌을 겨냥해 공격 위협을 가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미 ABC뉴스와 USA 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괌 거주자들은 북한의 무력 협박에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괌 주민 맨디올라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스기사 세실 처그리드는 “정말 공격이 일어날 것 같으냐”고 반문하면서 “약간 공황상태였다.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어진다”며 초조한 기색을 드러냈다.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을 향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친 대응 방식도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괌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토드 톰슨은 “과거에는 비슷한 위협이 닥치면 웃어 넘겼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며 “워싱턴이 바뀌었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군 복무 중인 가족이 있다는 아스트라이트 비야고메스는 “군이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괌을 보호할 능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잘 모르겠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섬 전체에 불안감이 엄습하자 에디 칼보 지사는 서둘러 온라인 영상을 만들어 주민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칼보 지사는 이날 “괌은 단순한 군사 시설이 아니라 미국의 영토”라고 강조한 뒤 미 당국과 긴밀히 연락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차포로스 미 국토안보부 괌 지부장은 북한의 위협에 방어 준비가 돼 있다며 주민들에게 안정을 되찾으라고 촉구했다.
괌은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해 핵 잠수함 및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1개 포대가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략적 요충지다. 군 병력 6,000명 등 16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전체 면적 3분의 1이 군사기지일 정도다. 북한과는 3,500km 가량 떨어져 있으며 북측이 포위사격 수단으로 언급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사거리에 들어가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n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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