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우는 학교에
극우세력 엽서ㆍ전화테러

“이 교과서는 중학생용으로 유일하게 위안부 문제(사실과 다른)를 게재한 ‘반일극좌’ 교과서다. 장래의 일본을 짊어질 젊은이를 양성하는 유명엘리트 학교가 왜 (이런 교과서를)채택했느냐, 반일교육을 하는 목적이 뭐냐. 지금도 늦지 않았다, 채택을 즉각 중지하기 바란다.”
일본 극우세력이 옛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중학교들에 이 같은 엽서와 전화테러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립ㆍ사립중학교 38곳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가운데 유일하게 위안부 문제를 기술한 마나비샤(學び舍)출판사의 ‘함께 배우는 인간의 역사’를 채택하고 있다. 이 중 최소 11개 학교가 교과서 채택에 따른 항의편지를 대량으로 받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항의엽서는 6개월간 200통 넘게 도착했다. 교과서에는 위안부 모집에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가 소개돼 있다.
교과서 채택 1년여 간 이들 학교에는 자민당 지방의원, 졸업생, 학부모 등으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항의접수 사실을 밝힌 11개 학교 중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한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 나다(灘)중학교의 와다 마고히로(和田孫博) 교장은 교과서 채택을 결정한 2015년 12월 자민당 효고현의원으로부터 “왜 채택했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전했다.
극우세력들이 나다중학교에 보낸 엽서는 대부분 중국에서 옛 일본군의 진주를 환영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에 항의문을 곁들인 형식이었다. 와다 교장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임에도 정치가 이름을 대며 엽서를 보내거나 학교이름을 거론하며 문제시하는 보도가 나와 정치적 압력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논픽션 작가인 호사카 마사야스(和田孫博)씨는 “항의 쇄도는 전쟁으로 돌진하던 쇼와(昭和)시대 초기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 비판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