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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아낀만큼 수익... '급전 지시' 가정으로 확대한다

입력
2017.08.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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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요자원 거래하는 ‘DR시장’

참여 기업 2년여 사이 4배로

전력 소비 줄인만큼 정산금 받아

지시 안 따라도 손해는 없어

#2

산업부 “2019년엔 국민DR 도입”

전력수급, 공급보다 수요관리에 역점

DR시장에 참여한 롯데마트 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DR시장에 참여한 롯데마트 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기를 아낀 만큼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수요자원(DRㆍDemand Response) 거래시장이 탈(脫)원전 정책 찬반을 둘러싼 정치공세에 휘말린 가운데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시장을 가정에까지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의 시장 참여 요건도 대폭 낮출 예정이다. 전력수급 정책의 초점을 발전소 증설이 아니라 전력수요 관리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DR시장 확대 방안을 연말에 내놓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공장이나 빌딩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 시장을 2019년까지 아파트나 상가 등 일반 가정으로 확대하는 ‘국민 DR’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DR시장 참여 요건을 연간 최대 60시간 감축 이행에서 30~40시간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진입 장벽도 낮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DR시장이란 전기를 많이 쓰는 전력수요자가 절약한 전기를 시장에서 되팔아 수익금을 받는 제도다. 해외에선 전기를 줄인다는 의미로 전력단위인 ‘메가와트(Megawatt)’에 ‘네가티브(Negative)’를 합쳐 ‘내가와트(Negawatt)’ 시장으로 불린다.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에너지 절약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1년 9월 대정전(블랙아웃) 이후 정부가 전력예비율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자 2014년 11월 도입했다. 자발적 의사에 따라 시장에 참가한 기업들은 계약에 따라 정부의 ‘급전’(給電) 지시에 맞춰 전력소비를 줄여 실적 정산금을 받는데 정부 지시가 없어서 전력소비를 줄이지 않더라도 기본 정산금을 받는다.

DR시장은 5,300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돼 참여기업은 금전적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 구조다. 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이행 전력량만큼의 페널티를 뺀 정산금을 받는데 1년 내내 급전지시를 거부하더라도 기업에 불이익은 전혀 없다. 이런 이점 때문에 제도 첫 시행 당시인 2014년 11월 861개였던 가입 업체는 현재 3,195개사로 4배 가까이 늘었고 최대 전력감축 용량도 1.5GW(기가와트)에서 4.4GW로 급증했다. DR시장 참여 기업과 전력거래소를 연결해주는 사업자들의 모임인 수요관리사업자협회의 강혜정 협회장은 “DR시장에 참여하면 비용 지출 없이 별도의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시장 가입을 문의하는 업체가 점점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DR시장 참여 업체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 내 전기를 다 끊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불편을 겪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에어컨이나 조명 사용을 부분적으로 줄이는 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최대 1시간 동안 계약된 용량만큼만 줄이면 전기도 아끼고 수익도 생기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A제철 공장은 “급전지시는 1시간 전에 내려지지만, 일주일 전에 예고하기 때문에, 미리 재고량 관리를 통해 조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력감축 지시를 따르고 있다“며 “실적 정산금 등으로 연간 23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전기관리 부서가 이 사업으로 수익 창출 부서로 전환해 사내 위상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DR시장을 일반 가정, 상가로 확대해 현재 4.4GW 규모의 최대 전력감축 용량을 8~9GW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1.4GW 규모 원전 7기에 해당한다. 전기 소비를 줄인 가정은 인센티브를 받아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자발적인 전력량 사용 감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최대 전력소비(피크) 증가율보다 발전설비 용량 증가율이 훨씬 높아 전력소비가 많지 않은 봄ㆍ가을에는 가동이 중단되는 발전소가 늘고 있다”면서 “발전소 건설과 관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편 효율적인 전력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수급은 화석원료ㆍ원자력 발전 위주의 공급 위주 정책에서 신재생 에너지 확대, 수요 관리 강화 정책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 DR시장은 아직 인식도 부족하고 선진국보다 경험도 부족한 편이다.

김진호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정부의 정책이 적절하다고 판단되지만 가정까지 확대해 실행하려면 고객들의 반응을 잘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술적ㆍ제도적 준비를 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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