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떠났지만 내겐 지울 수 없는…”
가수 제시카(28ㆍ정수연)는 그룹 소녀시대와 올해 데뷔 10주년을 따로 똑같이 맞았다. 제시카는 2014년 팀을 떠났지만, 2007년부터 7년을 소녀시대 멤버로 지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동안 연습생으로 보냈다. 이 기간까지 고려하면 소녀시대 멤버들과의 인연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탈퇴 과정에서 서로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쉽게 지울 수 있는 기억은 아니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소중한 인연이죠.”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코리델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제시카는 소녀시대에 대한 의미를 묻자 “내겐 지울 수 없는 예뻤던 시절”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데뷔 후 가장 슬펐던 일로 소녀시대 탈퇴를 꼽았다. 열여덟 살에 데뷔한 제시카는 10년 동안 연예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성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찍 일을 시작했잖아요. 또래 친구들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했고요. 그러면서 참을성과 인내심을 배웠죠. 특히 연예인에겐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렇게 편한 모습이 있었네’ 나다운 걸 보여주고 싶어”
제시카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9일 앨범 ‘마이 디케이드’를 낸다. 소녀시대가 데뷔 일인 지난 5일 앨범 ‘홀리데이 나이트’를 낸 뒤 나흘 만이다. 새 앨범 타이틀곡은 ‘서머 스톰’이다. 연인과 헤어진 뒤 폭풍 같은 혼돈을 그린 이별 노래다. 제시카가 쓸쓸하게 미디엄 템포의 팝 사운드를 소화해 듣기 편하다. 제시카가 노랫말을 직접 썼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심정을 담은 곡은 아닐까. 제시카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헤어지는 것을 상상하며 써 본 노래”라면서다. “요즘 제가 어떤 영화를 봐도 울 정도로 눈물이 많아졌거든요. 나이가 들어서인건가요? 하하하.”
제시카는 지난해 5월 낸 앨범 ‘위드 러브 제이’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제시카는 한결 부드러워진 이미지로 마이크를 잡았다. 소녀시대 활동 때 ‘얼음공주’로 불렸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다. 제시카는 “솔로 활동에선 나다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저렇게 편한 모습이 있었네 싶은 것들”이다. 제시카는 “‘둥글둥글 해졌네’란 소리도 듣고 싶었다”라는 의외의 말을 하기도 했다.
제약이 많은 팀 활동에서 벗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겼다. 그는 “클럽을 한 번도 안 가봤다가 최근에서야 가봤다”며 웃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행사 차 들른 클럽에선 우연히 “‘DJ박’(박명수)을 아느냐”는 외국 DJ를 만나기도 했다.
“제가 그렇게 착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클럽 가는 게 좀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지금 가지, 언제 가나’ 싶더라고요.”
비행기에서 작사하다 울컥… 데뷔 10주년 팬들에 띄운 노래
세월이 쌓인 만큼 음악 욕심도 커졌다. 제시카는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을 직접 맡았다. 수록곡 6곡 중 5곡을 직접 작사한 노래들로 채웠다. 녹음 과정에까지 공을 들였다. 제시카와 함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소속사 대표는 “제시카가 음악 작업할 땐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스타일”이라고 거들었다. 녹음할 때 숨소리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작업했다는 설명이었다.
제시카는 10주년 기념 앨범에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담았다. ‘스타리 나이트’의 가사를 쓴 제시카는 “기억하니 넌? 우리 처음 눈 맞춘 날. 매 순간이 참 고마워. 너의 그 예쁜 진심”이라고 노래한다. 제시카가 비행기에서 팬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쓰면서 “울컥”하기도 했다고. 제시카는 “혼자 활동하니 팬들이 더 든든하게 지원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제시카의 팬들은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제시카 데뷔 10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를 했다. 제시카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 대만을 시작으로 오는 13일 서울(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과 일본, 홍콩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화려한 아이돌로 시작해 홀로 선 제시카의 다음은 무엇일까. 그는 “30대가 기대된다”라며 설렜다.
“가장 빛나면서도 편안한 때가 30대가 아닐까란 생각이에요. 자연스럽게 제 변화에 맞춰 어울리는 노래를 하려고요. 동생인 (그룹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과 많은 추억을 만들면서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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