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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쥐 잡는 쥐, 16㎝의 포식자 쇠족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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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쥐 잡는 쥐, 16㎝의 포식자 쇠족제비

입력
2017.08.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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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16cm 정도의 쇠족제비. 식육목(食肉目)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지만 날아가는 딱따구리를 잡기 위해 날개 위에 무임승차할 정도로 성격은 대담하다.
몸길이 16cm 정도의 쇠족제비. 식육목(食肉目) 중에서도 크기가 가장 작지만 날아가는 딱따구리를 잡기 위해 날개 위에 무임승차할 정도로 성격은 대담하다.

우리 주변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 우리가 잘 모르는 매우 정열적인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멸종위기 2급인 쇠족제비입니다. ‘쇠-‘라는 말은 ‘작다’는 뜻의 접두사입니다. 그러니 작은 족제비라는 의미겠죠. 흔히 무산쇠족제비라고 합니다만, 함북 무산군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 넓게 서식하고 있으니 그냥 쇠족제비라고 하면 됩니다.

쇠족제비는 족제비과 동물 중에서 가장 작은 종으로, 식육목(食肉目) 전체 중에서도 가장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유럽청딱따구리에 얹혀 날아가는 쇠족제비를 보고 깜짝 놀란 분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딱따구리를 잡으려다 날아가는 바람에 졸지에 무임승차한 경우이긴 합니다만, 그 대담성과 크기를 알 수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학명은 Mustela nivalis입니다. Mus-가 뜻하는 것은 쥐인데, 아마도 여기서 족제비라는 단어인 Mustela가 기인했을 수 있습니다. nivalis가 재미있는데, nix에서 niv-가 기인한 것이고, nix는 하얀 눈을 뜻합니다. 이름대로라면 흰족제비가 되는 셈인데, 어찌된 일일까요?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겨울철 쌓인 눈에 적응(은폐효과)하느라 흰색으로 온전히 털갈이를 합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저위도에 위치하므로 겨울철에도 갈색 털을 유지하더군요. 영어로는 least weasel, 가장 작은 족제비가 되겠습니다.

눈밭에 남은 쇠족제비의 흔적.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겨울철 쌓인 눈에 적응(은폐효과)하느라 흰색으로 온전히 털갈이를 한다. 그래서 흰족제비라는 뜻의 Mustela nivalis가 학명으로 붙여졌다.
눈밭에 남은 쇠족제비의 흔적.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개체들은 겨울철 쌓인 눈에 적응(은폐효과)하느라 흰색으로 온전히 털갈이를 한다. 그래서 흰족제비라는 뜻의 Mustela nivalis가 학명으로 붙여졌다.

얼마나 작은고 하니, 성체 수컷의 체중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동북아지역 아종(亞種)은 보통 50~150g 정도입니다. 암수 크기가 다른데 보통은 수컷이 10~20% 더 크고 무게는 50~100% 정도 더 무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다처 번식체계는 더욱 큰 수컷을 선호합니다. 빠른 성장 기간 동안에 어린 쇠족제비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먹이확보에서도 암수 크기차이가 필요합니다.

임신기간은 34~37일 정도이고 짧은 착상지연기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어날 때 체중이 겨우 1.1~1.7g 수준이라니 참으로 작은 육식동물입니다. 보통 4~6마리 정도를 낳습니다. 약 한 달간 젖을 먹고 50일 정도 지나면 소형설치류를 죽일 수 있을 만큼 발달합니다. 태어나서 석 달이면 어미의 체중에 도달하고, 암컷은 번식이 가능해집니다. 즉 봄에 태어나 여름에는 번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독립 후 평균 수명은 1년 정도로 수명이 극히 짧은 동물이죠. 경우에 따라 3년까지도 생존한다지만 연간 2~3회 번식을 하기에 1년 정도의 수명으로도 개체군 유지는 충분합니다.

이 작은 쇠족제비는 가만히 있질 못합니다. 너덜이 있는 고산 지역에서 등산객과 마주한 녀석은 연신 여기저기에 들락날락하면서 사람에게 호기심을 보입니다. 재빠르게 움직이며, 쉽게 지치지 않고 자신의 영역권내 사냥길을 따라 나있는 모든 굴과 바위틈을 살피며, 자주 앞다리를 들고 일어서서 먹이와 포식동물을 관찰하고 소리를 찾습니다.

크기는 매우 작지만 여전히 사나운 동물이어서 생쥐를 비롯한 소형 설치류와 땃쥐류 전문 사냥꾼입니다. 그러다 보니 쥐약에 매우 치명적인데 하루에 20~30g을 먹는 성체는 1.0~1.5㏙의 와파린(살서제, 쥐약) 중독에도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쇠족제비가 잡은 것으로 보이는 땃쥐류. 전형적으로 머리와 일부 근육만 먹고 버려두었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어린 개체들은 아무런 사전 경험 없이도 작은 설치류를 죽일 수 있다. 하정옥씨 제공
쇠족제비가 잡은 것으로 보이는 땃쥐류. 전형적으로 머리와 일부 근육만 먹고 버려두었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어린 개체들은 아무런 사전 경험 없이도 작은 설치류를 죽일 수 있다. 하정옥씨 제공

경우에 따라 두더지, 다람쥐나 소형조류, 집쥐와 어린 토끼까지 사냥할 수 있으니 작은 거인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이러한 살육습성은 선천적입니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어린 개체들과 눈 뜨기 전의 한 배 새끼들은 아무런 사전 경험 없이도 50~60일 정도 된 작은 설치류를 죽이죠. 먹이를 죽이는 어미를 관찰한 새끼들은 어린 연령에도 효율적으로 먹잇감을 죽일 수 있답니다. 먹잇감이 풍부한 경우에는 먹이의 일부만 먹는데, 특히 두개골을 깨서 뇌만 빼먹고 나머지는 버리기도 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효율적으로 설치류 개체군을 통제하기에 질병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이로운 동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오대산, 계방산, 지리산이나 덕유산 등 높은 산에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강원 원주시 춘천시 철원군, 경북 안동시, 경기 양주시 공릉천, 성남시 청계산과 같은 도심 인근의 산이나 심지어 고양호수공원에서도 목격된 바 있으니, 숲 안에서 조용히 낙엽 뒤집히는 소리를 기다려보면 어떨까요.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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