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제작사연합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성명을 9일 냈다. 케이블 음악채널 Mnet을 보유한 CJ E&M이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그룹 워너원을 내년 12월까지 전속 계약으로 묶어 둔 뒤 매니지먼트를 하고, KBS까지 아이돌 재기 프로젝트 프로그램인 ‘더 유닛’을 만들면서 업계에 수직계열화 관련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을 두고 방송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음악제작사연합은 음악 제작과 기획 및 유통 관련 협회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됐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방송사가 아이돌 프로그램을 제작해 매니지먼트까지하는 것은 연예 산업을 독식하려는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제작사연합은 지난 2일 KBSㆍMBCㆍSBS 지상파 방송 3사를 비롯해 Mnet과 종합편성채널 JTBC 등에 방송사 아이돌 육성과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 관련 부작용을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방송사들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음악제작사연합이 성명서를 발표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에선 워너원의 전속 계약을 통한 CJ E&M의 돈벌이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워너원은 CJ E&M과 1년 6개월의 전속 계약을 맺어 팀 외 별도의 활동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워너원 멤버를 소속 연습생으로 둔 가요기획사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났는데도 1년 6개월 동안 CJ E&M을 통해서만 연예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방송사의 아이돌 육성을 통한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이 “음악 생태계를 변질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화 산업에서 대기업의 제작ㆍ배급ㆍ상영을 겸한 수직계열화로 인한 유통 질서 왜곡 논란과 같은 맥락에서의 우려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다양한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와 달리 방송사의 수익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방송사가 가진 공익성과 공정성은 훼손되고 불공정한 구조의 확장으로 음악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은 특히 중ㆍ소 가요기획사들에 치명타를 줄 것이라 내다봤다. 음악제작사연합은 “이미 중소 기획사와 소속 연습생 간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방송사가 업계와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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