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하는 등 대장급 군 수뇌부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군 요직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육군ㆍ육사 중심에서 탈피한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정 합참의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해군 출신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창군 이후 첫 비육군 국방장관ㆍ합참의장 시대가 열린다. 제1군 사령관과 2작전사령관에 각각 3사, 학군 출신을 내정해 군사령관 중 육사 비중도 낮췄다.
국군의 지나친 육군 편중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태생부터 미군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국군은 해ㆍ공군력 위주인 미군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육군이 비정상으로 비대한 구조였다. 해ㆍ공군의 첨단무기가 세계 각국의 핵심 전력이 되는 데도 여전한 육군 중심 구조를 개혁하자는 게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의 국방개혁 목표 중 하나였지만, 이후로는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단적인 예가 껍질만 남은 3군 균형 보임 정책이다. 국방개혁법에 따라 합참의 경우 보직 비율을 육해공 2대 1대 1로 해야 한다. 수뇌부 의사 결정이 육군 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지난해 이 비율은 2.8대 1대 1이었다. 역대 합참의장 39명 중 37명이 육군이다. 육군의 육사 출신 독식도 숱하게 지적돼 왔다. 육사가 핵심 육군 장교 양성기관이라고 해도 군 요직의 90%를 차지하는 것은 문제다. 육군 중심 구조는 한국군이 여전히 후진적 군대라는 것과 다름없다. 육사 출신의 주요 보직 독식은 비판과 견제로 생산적 군 조직을 만드는 데 장애가 되고, 최악의 경우 정치 군인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이런 구태를 깨려는 출발점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했던 대로 북핵 대응 전력 조기 구축, 상비 병력 규모와 복무기간 단축,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군사 능력 확보 등의 국방개혁 작업을 준비 중이다. 군 내부적으로도 최근 일련의 공관병 착취 사건에서 보듯 개혁 과제가 적지 않다. 송영무 장관이 지난달 취임사에서 6가지 국방개혁 중점 과제를 언급하면서 첫째로 “본인들이 가고 싶고 부모들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병영문화 창조”를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과제의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주체는 송 장관과 군 수뇌부이다. ‘비육군’ ‘비육사’가 약진했다고 산적한 현안들이 저절로 해결될 리는 없다. 송 장관을 비롯해 새로 임명장을 받을 군 수뇌부의 개혁 열의와 지휘 능력에 국방개혁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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