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어 온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난을 겪었던 국내 대표 문화 축제인 부산영화제가 새로운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영화제는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영화제는 개최되어야 한다는 확신에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영화제를 최선을 다해 개최한 다음, 10월 21일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영화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영화제 사무국 전체 직원 24명은 7일 성명을 발표해 강 집행위원장의 업무 방식이 독단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원직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영화제 개막(10월 12일)을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집행위원회 불신임 의사를 표명한 성명이 나와, 올해 영화제가 표류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컸다. 결국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의 사퇴 결심으로 내부 갈등이 수습되는 분위기이나, 당분간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인 부산영화제가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여러 시련을 거쳤다. 이 전 집행위원장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부산시의 고발, 사실상의 해촉 절차를 거쳐 집행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부산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삭감되고,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인한 영화 단체들의 보이콧으로 지난 2년간 영화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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