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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황우석 설계자’의 화려한 귀환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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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황우석 설계자’의 화려한 귀환에 ‘술렁’

입력
2017.08.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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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박기영(맨 왼쪽에서 두 번째)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건설기술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해 당시 이병완(맨 왼쪽)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05년 12월 박기영(맨 왼쪽에서 두 번째)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건설기술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해 당시 이병완(맨 왼쪽)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가 선임되면서 국내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핵심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와 조정,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본부의 수장인 혁신본부장도 차관급이다.

(기사보기☞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 文 정부 인선 논란 또 촉발하나)

참여정부 ‘황금박쥐’ 멤버… 조작논문에 이름 올리기도

청와대는 박 본부장에 대해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했다"고 평가했지만, 과학기술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박 본부장이 2005년 세계적 논란이 됐던 ‘황우석 사태’의 주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본부장은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직으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에 앞장섰다. 당시 그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정부 내 황우석 박사 지원 모임인 ‘황금박쥐’의 일원으로 불렸다.

박 본부장 본인도 2004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 박사팀의 논문에 13번째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 논문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연구 윤리에 대해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전공과 관계없는 과제 2건을 수행하며 황 박사로부터 2억 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황우석 박사가 2006년 1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구원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서울대 조사위 발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황우석 박사가 2006년 1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구원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서울대 조사위 발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조사위원회 “황우석 논문조작” 발표날 ‘평온한 퇴직’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10일, 황우석 전 교수의 2004년과 2005년 발표됐던 논문의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한편 박 본부장은 2004년 황 전 교수팀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지만 조사 결과에선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직의 사의를 표명했지만 ‘황우석 사태’를 키운 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그의 ‘평온한 퇴직’에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제보자'는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주제로 다뤘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제보자'는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을 주제로 다뤘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이렇게 청와대를 떠난 박 본부장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06년 12월,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위촉된 50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청와대에선 “박 전 보좌관이 정책기획위원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도덕적 문제를 일으켰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고, 박 본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당시 개인적인 도덕적 문제는 없었고 정부 쪽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보기☞ [인터뷰] 컴백한 박기영 교수 “맞을만큼 맞지 않았나”)

이후에도 박 본부장은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공동대표 및 정책위원장, 정보통신기술(ICT)소비자정책연구원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고, 지난 5월 저서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추천사를 썼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일보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일보

“박기영은 ‘황우석 설계자’” 임명 반대 목소리도

참여정부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박 본부장이 다시 정부 요직을 맡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황우석 논문 조작을 밝혀낸 한학수 전 MBC ‘PD수첩’ PD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황금박쥐의 일원으로 황우석 교수를 적극적으로 비호했던 인물.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었어야 할 임무를 망각하고 오히려 더 진실을 가려 참여정부의 몰락에 일조했던 인물”이라며 “나는 왜 문재인 정부가 이런 인물을 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과학계의 슬픔이며, 피땀 흘려 분투하는 이공계의 연구자들에게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황우석 사태를 공론화하는데 주요 역할을 했던 강양구 전 프레시안 기자는 “박기영은 ‘황우석 설계자’다”라는 글에서 박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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