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사에 기록된 최초의 잠수함은 1776년 9월 7일 독립전쟁 당시 미국의 데이비드 부시넬(David Bushnell)이란 이가 만든 ‘터틀 Turtle’이다. 터틀은 약 1.8m 높이의 도토리 모양 목조 1인승 잠수함으로, 승조원이 페달로 프로펠러를 구동해 적 전함에 접근한 뒤 수동으로 폭탄을 장착하는 방식이었다. 터틀은 드릴로 배 하부 금속판을 뚫는데 실패하는 바람에 전과를 내진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잠수함이 아니라 잠수정이지만, 터틀의 등장으로 인류는 바다 밑에서도 전쟁을 시작했다.
88년 뒤인 1864년 2월 17일, 남북전쟁 남군의 발명가 호레이스 L. 헌리(Horace.L.Hunley) 등이 개발한 잠수함 ‘H.L. 헌리’는 북군의 1,240톤 급 후사토닉(Housatonic)호를 격침시키는 데 성공한 최초의 잠수함이었다. 길이 12m, 높이 약 1.17m의 철제 잠수함 헌리는 조타수를 겸한 함장 외 승조원 7명이 크랭크를 돌려 스크루를 구동했다. 함 전후에 밸브와 수동 펌프로 작동하는 밸러스트 탱크가 있어 잠수와 부상을 할 수 있었고, 잠망경은 없었지만 원통 모양의 관측탑도 갖췄다. 무기는 함선 앞에 달린 6.6m 길이의 작살이었다. 거기에 폭뢰를 매달아 적함에 고정시키고, 잠수함이 안전한 거리까지 후진한 뒤 폭뢰가 터지도록 하는 식이었다. 앞서 63년 8월과 10월 위력 시범에서 잠수함이 침몰하는 바람에 각각 5명, 8명의 승조원이 숨졌고, 실전에 배치된 헌리는 세 번째 잠수함이었다.
저 날 헌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외항 약 8km 지점에서 해상봉쇄 작전을 수행 중이던 북군 전함 후사토닉호를 격침시켰지만, 폭파 충격에 자기도 침몰해 함장 조지 딕슨(George Dixon) 중위 등 전원이 전사했다.
헌리는 미국 해저ㆍ해양국(NUMA) 탐사선에 의해 1995년 4월 위치가 확인됐고, 침몰한 지 136년 만인 2000년 8월 8일 인양됐다. 해양국은 잔해에서 구리선과 배터리가 발견된 점을 들어, 원거리 기폭도 가능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그 배는 노스찰스턴 해군 기지내 워런 래쉬(Warren Lasch) 보존센터에서 복원 및 보존처리 작업을 받고 있다. 앨라배마주 전함기념공원에 복제 잠수함이 전시돼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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