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생으로 뽑아놓고 헐값에 착취한 점이 너무 괘씸해요.”
주한영국상공회의소(BCCK)에서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지난달 말 퇴사한 취업 준비생 A(27)씨는 지난 시간을 희망고문의 연속으로 묘사했다. A씨를 포함해 한국인 4명과 영국인 1명 등 5명은 지난 3월 BCCK의 교육생(트레이니ㆍTrainee)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는 출근 첫 날부터 무너졌다. 이들은 잠깐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바로 실무에 투입됐다.
이들은 교육프로그램을 넘어 매출 이익에 직접 관여하는 일들을 했다. 행사 기획하는 팀에 근무한 A씨는 근무기간 직접 협찬사 10여 곳을 찾아 1,000만원대 협찬 계약을 체결했다. 트레이드팀 소속 C(24)씨도 영국 기업과 연결시켜줄 한국 기업을 찾는 일을 직접 진행했다.

야근도 잦았다. A씨는 “행사로 바쁜 5월에 새벽 4시까지 근무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육생들이 받은 보수는 교통비와 식사비 등으로 책정된 월 50만원 뿐이었다. 야근비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들이 악조건을 참고 견딘 것은 BCCK에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꾸준히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B(24)씨와 C씨는 면접 당시 BCCK측으로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다른 회사에서 인턴 중이던 C씨는 “면접 때 숀 블레이클리 BCCK 대표로부터 근무 중인 회사를 그만두고 들어오라는 제의를 받았다”며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말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BCCK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C씨는 “BCCK에서 지난달 14, 15일 교육생들과 개별 면담을 갖고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며 “BCCK는 외부적 요인으로 신규 채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고 블레이클리 대표는 개인의 역량 부족과 성격을 문제 삼는 등 전환 불가 이유가 일관성이 없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BCCK가 교육생 신분을 악용한 사례로 봤다. 고용노동부의 일 경험 수련생(인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육생을 운용할 경우 기업에서 이들을 관리할 담당자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춰야 하며 교육생의 일이 기업에 필수불가결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이기중 공인노무사는 “이번 BCCK 교육생들의 경우 주 40 시간 이상 근로를 했고 매출이익에 직접 관여한 적이 있어서 사실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 결정기준 위반이며 연장근로 수당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BCCK 관계자는 "작은 기관이어서 교육 프로그램에 미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교육생들의 업무는 보조적 지원업무로 한정했으며 슈퍼바이저들이 함께 했고 야근을 강제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생들 중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많아 일정 부분 정규직원이 하는 일을 했을 수 있다”며 “이번에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은 교육생들은 정당한 평가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진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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