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첫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설전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왕 부장은 7일 오후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고노 외무상의 부친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는 정직한 정치가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담화에서 일본의 성의를 대표했다”고 운을 뗐다. 왕 부장은 일본군의 위안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과 고노 외무상 간 관계를 지적하며 “이번 고노 외무상 취임에 많은 사람이 기대했지만 회의에서 (남중국해에 관한) 당신의 발언에 솔직히 실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왕 부장의 공세는 고노 외무상이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관련 행보를 비판한 데에 따른 반발이었다고 NHK는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 앞서 열린 다른 회의에서 중국이 거점을 구축하려는 남중국해 문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힘을 배경으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모든 일방적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고노 외무상의) 그 발언은 완전히 미국이 부여한 임무 같은 느낌이었다”며 “중국은 (일본과) 장기적 우호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에는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고노 외무상은 불편한 심기를 적극 드러낸 왕 부장과 달리 차분한 태세로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매우 어려운 때에 외무상이 됐지만 보람이 있어 기쁘다”며 “중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대국으로서 행동방식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솔직한 의견 교환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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