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동해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핵무기를 두고 미국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이자 북한과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 정부가 북한에 무력 도발을 자제하라는 식의 조언을 내놓은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란 대통령실은 로하니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한 대화는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유일하면서도 실행 가능한 수단”이라며 “이란은 남북한이 평화롭게 지내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양국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한 후, 미국 등 서방을 겨냥해 “전 세계 모든 나라는 존중 받아야 하며 어느 형태의 내정 간섭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재선에 성공한 로하니 대통령의 취임식(5일)에 참석하기 위해 3일 테헤란에 도착했으며 약 열흘간 체류할 예정이다.
양측은 과학ㆍ기술, 경제 분야의 협력 확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로하니 대통령에 “이란과 과학ㆍ기술 및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자”고 화답했다. 북한과 이란의 ‘과학ㆍ기술 협력’은 경우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핵 관련 기술 공유를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간 힘을 합쳐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자”고도 덧붙였다.
이번 회동은 당초 지난달 27일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북한ㆍ이란ㆍ러시아 제재 패키지법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로하니 대통령에 앞서 4일 김 위원장을 만난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의장도 “핵무기는 모두에게 손해”라며 평화적인 핵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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