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은 하루 종일 소란이 이어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때문인데요. 이들은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찰과 법원 관계자, 그리고 취재진을 향해 작정한 듯 삿대질과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이날 오전 이 부회장에 대한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이 이들의 첫 표적이 되었습니다. 시민 2,729명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들고 법원을 찾은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일부가 “돈 받고 여기 왔냐” “북으로 돌아가라”는 등 막말 항의를 이어가자 피해자 가족들은 “너무 한다”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취재진을 향한 삿대질과 항의는 그보다 먼저인 아침 일찍부터 시작됐습니다.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공판 방청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이들이 사진 취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겁니다. 간헐적으로 이어지던 이날 소란은 박영수 특검이 도착하면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공판 시간을 10분 여 남긴 오후 1시50분 경 박 특검이 법원 로비에 들어선 순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습니다. 다행히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배치된 경찰과 법원 직원들 덕분에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들은 박 특검을 향해 심한 욕설을 쏟아내고 물병까지 던졌습니다.
공판 중에도 일부 지지자가 소란을 피우다 퇴정 당했고 공판이 끝나자 박 특검을 향해 “박영수, 똑바로 하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법정 밖에서는 여전히 고성을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누운 이들이 제지하는 법원 직원들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이들의 막무가내 식 행동을 보면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과정이나 기소내용에 있어 불만이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뿐, 이런 과격한 표현 방식으로 과연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유난히 소란스럽던 이날 눈길을 끈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 종일 분노와 불만을 표출한 이들이 환호성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문 광경이 연출된 것인데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 6차 공판 출석을 위해 등장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그 주인공입니다. 환호성이 부담스러운 듯 무표정하게 지나치는 우 전 수석을 향해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든 이들의 모습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특검을 향해 날아가던 물병과 힘차게 치켜세운 ‘엄지척’의 대조적인 이미지가 뇌리에서 당분간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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