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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이번이 끝이었으면, ‘검경대전’ 감상법

입력
2017.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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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문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날 악수(握手)가 훗날 악수(惡手)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방문을 마치고 환한 얼굴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이날 악수(握手)가 훗날 악수(惡手)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연합뉴스

검찰과 경찰이 옥신각신 중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리턴 매치다. 최강의 조직력을 자랑하는 ‘사정의 중추’와 광범위한 인적 풀을 자랑하는 ‘사정의 말초’ 간 정면대결이다.

정권 초만 되면 티격태격하던 곳들이라 이번에도 별반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싸움 구경은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법이다. 거기서 거길 거란 생각은 잠시 접고, 이 참에 양대 사정기관 속셈이나 살펴보자. 매번 똑똑한 쪽(검찰)이 이겼던 ‘검경 매치’ 승자는 이번엔 누가 될까?

챔피언: 비기기 작전 중

검찰은 현상유지가 최선, 비기면(흐지부지되면) 이기는 것이다. 근데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검찰 칼에 절친을 잃은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 발걸음이 바쁜 이유다. 총장이 사흘 연속 여의도를 찾아 정치권 인사들과 안면을 텄다. 경찰청을 방문, 경찰청장과 환담을 나누는 파격도 선보였다.

검찰은 몇 년째 위기다. 작년부터 계속된 홍만표ㆍ진경준 등 고위 검사 출신들의 비위, 최순실 국정농단 때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들 전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힘 있는 자 앞에서 눈감았던 칼잡이들이 죽은 권력에게만 무자비하게 칼자루를 휘둘러 온 것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비난의 핵심은 ‘가진 힘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수사의 처음, 중간, 끝을 좌지우지할 힘을 독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을 견제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그냥 이대로 가고 싶은 게 검찰이지만, 쉽지가 않다.

도전자: 인권 지키겠다는데

검찰 위기는 경찰에 기회다. 청와대에서는 “인권경찰이 되면 수사권 독립도 가능하다”란 메시지도 던져줬다. 잘만 준비하면 수사권 독립이라는 70년 숙원이 마침내 이뤄진다.

경찰이 매번 하는 얘기가 있다. 언제까지 경찰서장(4급)이 새파란 신참 검사(3급 대우)한테 지휘를 받아야 하나. 웬만한 법대, 로스쿨보다 입학성적이 뛰어났던 경찰대 출신들이 즐비하고, 각종 고시 출신 인재도 넘쳐나는데 우리가 못할 건 또 뭐냐. 검찰과 동등하게 수사만 할 수 있게 해주면 비리검사도 우리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아킬레스건이 마음에 걸린다. 비대한 조직 특성상 각종 비위사건이 잇따른다. 태생적으로 정권(청와대)에 힘을 쓸 수가 없다 보니 권력의 시녀 역할을 자처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가 않다. 조직원간 출신성분(?)이 달라 융합하기 쉽지 않고, 특히나 요직을 독점하는 경찰대 출신에 대한 내부 반감도 적지 않다.

심판: 싸움 꼴 보기 싫어

수사권을 조정하려면 형사소송법을 바꿔야 한다. 영장청구권은 헌법개정 사안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근데 국회의원들에게도 셈법이 있다. 검찰권이 강하면 자기들에게 부메랑(정치자금법ㆍ뇌물죄)으로 돌아온다. 정권만 잡으면 피할 수 있고, ‘누군가’를 칠 수 있는 칼이 될 수도 있는데, 칼 자체를 부수긴 좀 아깝다.

국민들은?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거악 척결을 운운하면서도 뒤에서 자기 살길만 찾는 ‘호박씨 까는 검사들’ 모습이 보기 싫을 뿐이다. 그렇다고 멀리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서 가까이는 백남기 농민 사건을 경험한 마당에 경찰을 국민을 위한 조직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승자는 어느 쪽이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개혁 방향을 제시하느냐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게도 생각은 있겠지만 검경 문제만큼은 여론을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검찰은 힘의 분산을, 경찰은 인권보호를 약속 중이다. 하지만 이 레퍼토리만으로는 높아진 심판 눈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 과거의 잘못, 들보를 스스로 드러내고 처절하게 반성하는 건 기본. ‘우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환골탈태하는 쪽이 국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 마땅할 검경 대전을 고작 밥그릇 싸움 수준으로 전락시키지 않기를 기대한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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