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인정 땐 다른 혐의도 유죄
李 선고형량 10년 이상 될 가능성
증거 부족 판단하면 무죄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 등 재판 심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재판부 판단만 남았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가지 혐의 중 핵심인 뇌물공여가 인정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은 무죄가 아니면 10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 측이 모든 혐의 내용에 대해 무죄를 주장함에 따라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며 적용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다. 이 중 핵심 골격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 약속금액을 포함해 약 433억원의 뇌물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혐의다. 뇌물공여가 인정되면 이 금액 중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실제로 전달된 298억원은 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 받는다. 더불어 최씨 소유인 독일의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등으로 지급한 78억9,430만원에 대해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중 77억9,735만원에 대해서는 이른바 ‘말 세탁’을 통한 범죄수익은닉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 한마디로 뇌물공여가 인정되면 다른 혐의들도 줄줄이 유죄가 될 개연성이 높은 범죄구조다.
유ㆍ무죄 판단에서 관건은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세 차례 독대를 둘러싼 간접증거들을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할지에 달렸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두 사람의 독대 자리에서 뇌물 관련 대화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다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부가 뇌물공여혐의에 대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증거재판주의를 통해 유ㆍ무죄를 판단해야 하는 법관으로서 유죄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도 “특검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공소장엔 범죄사실과 관련한 일방적인 추측만 난무하다”고 공박했다.
반대로, 최씨 지원을 통해 이 부회장이 사적 이익을 취한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면 나머지 4가지 혐의 역시 유죄 인정 가능성이 높아 선고형량은 10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뇌물공여와 결합돼 있는 재산외국도피 혐의는 법정형량이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이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에 대해 끝까지 부인했기 때문에 감경 사유가 없다.
지난 123일간 53차례 심리가 이루어지는 동안, 법정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여러 혜택을 기대하며 박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씨 등에게 자발적 자금 지원을 했다는 특검과, 증거에 의해 뒷받침 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삼성 측의 치열한 증거와 법리 싸움으로 하루라도 불꽃이 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에서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 과정에서 (쟁점 사안에 대해) 대부분 심증(사실관계 여부에 대한 판사의 확신)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 심증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는 25일 판가름이 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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