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ㆍ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담은 영화 ‘택시운전사’에는 두 주인공이 나온다. 한 사람은 영화의 제목처럼 서울의 평범한 택시 운전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독일인 기자다. 영화는 이 둘 말고도 다수의 택시 운전사를 등장시키고 언론에 대한 생각도 보여 준다. 특히 두 주인공이 광주를 빠져 나오다 군인들의 추격을 받자 갑자기 택시 여러 대가 나타나 탈출을 돕는 장면은, 과장이 다소 지나쳐 무협이나 볼거리를 연상시키지만, 그래도 당시 광주의 택시 운전사들이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실제로 그때 광주의 택시 기사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쫓기는 젊은이를 피신시켰으며 승객을 구타하는 계엄군에 맞섰고, 그러다가 자신들도 같이 맞으며 분노 또한 같이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택시 200여대가 경적을 울리고 전조등을 켠 채 행진하며 시위를 이끌었는데 광주 시민들은 이것이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한다. 당시 택시 기사들은 맨몸으로는 계엄군을 상대할 수 없으니 택시가 줄지어 행진하면 전차와 같은 위력을 발휘해 바리케이드라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 ‘택시운전사’에서 독일 기자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광주지역의 한 신문 기자 또한 참상을 알리기 위해 인쇄기를 몰래 돌리려 하지만 발각돼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영화는 언론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등장 인물들은 신군부의 주장을 대변하는 신문을 보다가 가슴을 치고 방송이 현실을 왜곡한다며 화를 참지 못하고 꺼버린다. 광주MBC가 시민에 의해 불타는 장면을 삽입한 것은 강렬한 시각적 효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것이다.
▦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영화는 택시 운전사와 언론의 대비를 통해, 아직도 국민의 불신을 벗지 못하고 있는 한국 언론에 반성을 촉구하는 것 같다. 그와 별개로 외부인의 시선에서 광주 시민을 희생자로만 묘사했다거나, 광주 시민이 싸운 이유와 과정은 등한시한 채 그들의 고통과 감정만 부풀렸다는 평론과 반론이 등장하면서 한바탕 논쟁의 조짐도 보인다. 관람객 중 상당수는 눈물을 흘리는데 이 또한 평론의 시각에서 여러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 다양한 반응 속에서 ‘택시운전사’는 개봉 닷새 만에 관객을 430만명이나 모았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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