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50여명이 숨졌다. 탈레반이 이번 공격에서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슬람국가(IS)와 공동 작전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의 아프간 내 테러 단체 격퇴전은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6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3일 저녁 신원 미상의 무장세력이 아프간 북부 사르이폴주 사이아드 지역을 습격해 이틀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인 후 군인 및 어린이와 여성 등 주민 50여명을 사살했다. 공격을 받은 도시는 북부 지역 중에서도 대테러전의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곳으로, 무장세력은 사이아드 서쪽 완충지대인 미르자왈랑으로 침투해 주로 이슬람 시아파인 마을 주민들에 총격을 가했다. 자비훌라 아마니 사르이폴주 주지사 대변인은 “그들은 미르자왈랑 마을을 손에 넣은 뒤 주민들을 한 데 모아 총살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힌 가운데 해당 지역에서는 IS 측 지휘관이 탈레반의 공격에 협력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아마니 대변인은 “IS와 탈레반 대원이 함께 공격에 가담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관료들은 공조 세력으로 IS에 충성 맹세를 한 셰르 모하메드 가잔파르라는 사령관을 지목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두 세력의 합동 작전이 사실일 경우 아프간 내 세력 지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등 대테러 당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NYT는 아프간 동부 등에서 세력 다툼을 벌여 온 양측이 IS가 최근 연합군의 공세로 궁지에 몰림에 따라 점차 ‘공생 관계’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존 니컬슨 대장도 앞서 4월 기자회견에서 “전세계가 아프간 상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양한 테러 그룹들이 한 세력으로 수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탈레반 측은 IS와 공조 사실을 부인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가잔파르는 IS 소속이 아니다”라며 “그는 우리에게 충성한, 우리의 깃발 아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지휘관”이라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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