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댓글부대 실체 드러나며
與, 경찰에 수사권 이관 등 촉구
野 “정보 수집능력 약화” 반발 속
한국당은 ‘저지TF’ 구성 움직임
안보수사국 설립에 법 개정 필요
檢 개혁과도 연결돼 지연 가능성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실체가 적나라하게 확인되면서 국정원 개혁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정보기관 본연의 능력을 강화한다는 로드맵 이행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보수야당의 대공수사권 이관 반대와 검ㆍ경 수사권 조정 같은 난제와 맞물리면서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관련 적폐가 하나 둘 드러나자 여당은 국정원 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7일 “국정원이 지금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가정보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는 ‘걱정원’이 아니라 국민에게 존중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이 적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진선미 의원이 6월 대표 발의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해 국정원 명칭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직무 범위도 ▦국가안전 보장을 위한 해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ㆍ작성 및 배포 ▦국가 기밀에 속하는 보안 업무로 축소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종전 국정원이 갖고 있던 범죄수사권도 폐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6월 출범한 국정원 개혁위도 정치개입 논란이 있었던 국내정보담당관(IO) 철수에 이어 국정원 7국(국내정보 분석), 8국(국내정보 수집), 일선 시도지부 폐지 등 조직 개편 방안은 이미 마련한 상태다.
관건은 여야 입장 차이가 큰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에 신설하는 안보수사국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정원이 업무 역량의 80%를 국내정보 수집에 쓰고 대북과 해외정보에는 고작 20%밖에 쓰지 않았는데 수사권을 떼내면 죽어있던 국정원 기능 80%가 온전히 가동될 수 있어 오히려 안보나 정보 역량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가 수사구조 개혁과도 맞물린 탓에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넘기려면 우선 10년 이상 묵은 난제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기소권 중 수사권을 떼내 경찰에 주고, 경찰은 국가경찰과 지방자치경찰로 나눈 뒤 안보수사국을 만드는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 검찰 개혁의 뜨거운 감자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과도 엮여 있다. 하나라도 풀리지 않으면 모두 꼬여버리는 구조다. 여권 관계자도 “국정원 수사권이 어디로 넘어갈지 정하지 않고 수사권만 폐지하면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어 법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보수야당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이 국정원의 정보 수집능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 자체에 딴지를 걸고 있다. “(국정원법 개정을) 몸으로 막아낼 것”이라고 공언했던 국회 정보위원장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도 기자들에게 당에 가칭 ‘국정원 개악저지 TF’를 구성해 여권의 국정원 적폐청산 활동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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