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 “베를린 구상 호응 기대”
北 리용호는 “대북 제안 진정성 결여”
남북한 외교장관이 6일 밤 필리핀에서 만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첫 고위급 접촉이다.
7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나란히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전날 밤 ARF 환영 갈라 만찬 때 대기실에서 자연스럽게 조우했고, 두 사람은 악수한 뒤 3분간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강 장관은 리 외무상에게 “한국 새 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후속 조치 차원의 대북 제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호응이 없다”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리 외무상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남측이 미국과 공조 하에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 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 측 제의에 담긴 진정성을 강조하고 북측의 호응을 재차 촉구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두 장관의 조우는 누가 먼저 다가간 게 아니라 대기실에서 장관들이 서로 수인사(악수)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우리 정부가 포괄적 한반도 평화 구축 해법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입각해 지난달 제안한 남북 군사ㆍ적십자 회담에 대한 북한 정부의 사실상 거부 입장이 북측 고위 당국자 육성을 통해 직접 확인된 건 처음이다. 북측이 문재인 정부의 한미 공조 강화 기조를 대화 거부의 이유로 거론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 대화의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마닐라에서 열리는 ARF 회의는 남북한 외교장관이 모두 참가하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유일한 각료급 다자 안보 협의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 회담 당사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10개국 등 총 27개국이 참가하는 올해 ARF에서는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로 고조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마닐라=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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