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의회 출범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소규모 반정부 무장세력이 군기지를 공격했다가 진압됐다.
국영 VTV 등 현지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새벽 베네수엘라 북중부 카라보보주 발렌시아에 있는 푸에르테 파라마카이 군 기지(FANB)에서 총격전이 발생했다. 볼리바리안 국가수비대 주둔지에서 발생한 총격전으로 기지를 공격하던 무장세력 중 2명이 숨지고 8명이 체포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VTV에 출연해 “신원이 확인된 공격 가담자 10명 중 1명만이 제명된 육군 중위였으며 9명은 민간인이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오늘 공격은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미국 제국주의와 결탁한 극우주의자들이 고용한 테레리스트 무장단체 용병들이 벌인 소행”이라고 비난했다.
무장세력은 공격 직전 군사기지를 겨냥한 반란을 선언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배포하기도 했다. 자신을 국가수비대 장교라고 밝힌 후안 카를로스 카구아리파노는 이 동영상에서 “절대 독재 폭정에 맞서 우리 조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봉기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봉기는 쿠데타는 아니지만, 헌법질서를 재정립하기 위한 군사적이며 민간 부문의 합법적인 반란”이라며 과도 정부 구성과 자유선거 실시를 촉구했다.
동영상에는 공격 취지를 밝히는 카구아리파노의 뒤로 군복을 입은 15명의 남성이 배석했으며 일부는 무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군 당국은 3년 전 제명 당한 카구아리파노를 제외한 나머지 가담자들은 민간인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성명에서 체포된 이들이 “외국 정부와 관련된 극우주의자들에 의해 고용됐다고 실토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격 후 베네수엘라 제3의 도시인 발렌시아에서는 헬리콥터가 상공을 선회 비행하고, 장갑차가 발렌시아 시내를 순찰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 반정부 시위대와 군경 간에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공격은 베네수엘라 제헌의회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출범 후 첫 조치로 반정부 성향의 루이사 오르테가 검찰총장의 해임안을 처리한 이후 하루 만에 벌어졌다. 개헌 권한 등을 갖는 제헌의회는 이날 진실과 정의 화해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번 공격 이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 정국 혼란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 제헌의회 출범 이후 여야가 더 극렬히 대립할 경우 자칫하면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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