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ㆍ철ㆍ수산물 등 봉쇄
“북한 年 10억 달러 타격 예상”
트럼프 “중ㆍ러 동의에 감사”
원유 공급 금지는 또 무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5일(현지시간)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새 결의 자체로 북한에 연간 10억달러 가량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이번 결의를 주도한 미국에게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력한 제재로 응징한다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대북제재에 주저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주요국들이 만장일치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데 동의하면서 빠른 속도로 안보리 새 제재가 채택됐다는 점은 미국의 향후 대북압박에 작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직후 내놓은 트위터 메시지에서 “북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편에 섰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백악관 성명을 통해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찬성해준 중국과 러시아 측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렇게 확보한 정당성을 바탕으로 추가 독자제재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데 경제ㆍ외교뿐만 아니라 때로는 군사역량까지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9ㆍ11 테러 이후 새로운 미 본토 위협세력으로 떠오른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응징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물론 미국 압박에 북한이 추가 도발로 맞선다면 한반도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안보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예방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부터 내용이 일부 알려지기는 했지만,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는 북한 정권 수뇌부와 핵ㆍ미사일 개발에 유입되는 외화 차단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산 석탄ㆍ철광석에 대한 유엔 회원국의 무조건적인 수입 금지와 함께 북한 노동자의 해외 송출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북한으로의 원유수출 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리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북한이 연간 수출액(30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달러 가량의 외화 획득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는 석탄 4억 달러, 철ㆍ철광석 3억6,400만달러, 수산물 3억 달러 등이다. 기존 인력의 추방이 포함되지 않아 당장은 큰 영향이 없지만, 북한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노동자 추가 송출이 금지된 것은 시간이 갈수록 북한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번 제재를 유엔 차원의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당장 북한의 태도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대북제재법에 따라 미국의 독자제재가 곧 단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날 통과된 결의가 단일 제재로는 가장 광범위하며 혹독한 경제제재”라면서도 “북한 위협은 여전하며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대응과 중국ㆍ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동참여부를 살펴가며 독자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강경하게 버티거나 과거처럼 중국ㆍ러시아가 제재 결의 이행에 소극적인 게 또다시 확인되면, ‘대북제재법’이 규정한 ‘대북 원유수출 금지 조항’까지 발동시킬 수 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6일 필리핀 마닐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중국이 결의안을 완전하게, 지속적으로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으로 북한에 대한 저강도 군사압박을 강화하거나, 정권 교체 작전의 초기 단계로 김정은과 북한 주민을 분리시키기 위해 대북 선전물을 적극 유입시키는 작전도 검토될 수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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