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이다이허서 비밀 회의
영국 메이ㆍ독일 메르켈은 등산ㆍ하이킹
국정을 돌보느라 지친 각국 정상에게도 여름휴가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을 다스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미 의회의 추가 제재안을 놓고 부쩍 벌어진 사이만큼이나 휴가에 임하는 자세 또한 대조적이다.
4일(현지시간)부터 장장 17일 동안 장녀 이방카 가족을 대동하고 집중휴가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몸만 백악관을 떠났을 뿐,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은 것 같다. 트럼프는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을 첫 휴가지로 택했다. 그는 5일 트위터에 “백악관이 보수공사를 시작해 베드민스터에서 일하고 있다. 휴가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또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평가하고,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호주 해상에서 추락한 미 해군 항공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받는 등 ‘일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제대로 망중한을 만끽한 모습이다. 크렘린궁은 이날 1~3일 남시베리아 투바공화국에서 휴가를 보낸 푸틴의 영상과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그는 사진 속에서 웃통을 벗은 채 일광욕을 즐기는가 하면, 잠수복 차림으로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낚는 등 남성성을 뽐냈다. 2013년 부인 류드밀라와 이혼한 푸틴은 트럼프와 달리 휴가지에서도 철저히 혼자다. 미 CNN방송은 “푸틴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크렘린의 시도가 새삼스럽지는 않다”며 의도된 연출로 봤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으르렁거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역시 각각 이탈리아 북부 산악 휴양지에서 등산, 하이킹 등으로 소일했다.
평소처럼 일에 파묻혀 여름을 나는 정상들도 적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조만간 통상 휴가를 겸해 전ㆍ현직 지도부가 비밀리에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올해는 지도부 재편이 이뤄지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가 회의장을 감쌀 것으로 보인다. 6월 취임한 프랑스의 젊은 수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다음달까지 핵심 대선 공약인 노동법 개정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에서 불가침 영역인 노동법에 손을 대려는 대통령과 노조의 일전이 다가왔다”며 편하게 쉴 수 없는 마크롱의 처지를 대변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