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등 건설 수요 느는데
노동자 절반 이상이 50세 넘어
지자체들 발주 공사 입찰 조건에
여성 토목 기술자 채용 포함시켜
일본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건설 현장에 여성 인력이 급격히 늘고 있다. 최근 일본 전역이 만성적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건설ㆍ토목 현장과 같은 일명 ‘3K분야’(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뜻ㆍ3D업종과 같은 의미)에서도 여성 인력을 ‘모시는’ 풍조가 뚜렷해지면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성 근로자를 우대하고 이들의 복지를 신경 쓰는 업체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이른바 ‘도보죠(토목계 여자란 뜻)’를 늘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아키타(秋田)현은 올 6월부터 여성 기술자 등용을 의무화하는 발주공사를 도호쿠(東北)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 현내 도로와 하천개량 중 발주금액 4,000만엔(약 4억681만원) 이상 공사가 대상이다. 현장 감독을 하는 주임기술자 가운데 여성을 반드시 1명 이상 고용해야 입찰에 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 여성전용 화장실, 탈의실 설치도 의무화해 여성 근로자가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여성 건설 인력을 활용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는 지난해부터 대형 발주공사들에 대해 여성 감리ㆍ현장 기술자 채용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여성을 위한 현대식 화장실 설치비용을 발주금액에 포함시켰다. 지바(千葉)현도 올해부터 1억엔(약 10억1,700만원) 이상 공사입찰 종합평가시 여성이나 35세 미만 청년 근로자를 배치하는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현당국은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여성들이 지역에서 활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요코하마(橫浜)시는 1월 토목전공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 이벤트를 열어 고속철도 터널건설 현장 견학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자체와 건설업계가 여성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건설 근로자 고령화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키타현 내 건설업 취업자 4만7,000명중 50세이상 비율은 절반이 넘는 56%(2015년)에 달해 30년전(29%)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국토교통성의 ‘2015년 여성활약 추진실태’에 따르면 전국 1,588개 조사대상 업체 중 현장 책임자급 여성 건설기술자 비율은 4.5%에 그치고 있다. 반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 건설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선 학교와 연계해 건설업의 매력을 강조하는 한편 2019년까지 여성 토목 기술자를 20만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내걸었다. 여성인력이 비교우위를 지닐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한 3차원 측량 실시도 확산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부에선 “‘건설 코마치(소문난 미녀)’ 등장에 현장이 밝아졌다”며 장점을 홍보하지만, “남다른 체력이 필요한 건설현장에서 여성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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