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가 연결해준 인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농구 박사’ 추일승(54)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감독은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 현직 코치 타이론 엘리스(40)와의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둘은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연락한 뒤 그 해 7월 미국 현지 농구캠프 서머리그에서 만났다. 엘리스 코치는 2015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한국땅을 밟아 오리온 선수들의 스킬 트레이닝을 지도하며 추 감독과 친분을 돈독히 했고, 6일 고양체육관에서 농구 콘서트를 함께 진행했다.
추 감독과 엘리스 코치는 올해 3월 37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윌리엄스와 추억이 있다. 추 감독은 2011~12시즌 지도자와 선수로, 엘리스 코치는 2002~03시즌 독일리그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수로 호흡을 맞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는 윌리엄스의 추모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엘리스 코치는 “같이 뛰며 우승도 했고, 결혼식에도 가는 등 친했는데, 영상을 보니까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농구 콘서트 본 행사에서 추 감독, 엘리스 코치는 200여명의 참석자 앞에서 농구 클리닉 및 대화를 나눴다. 추 감독은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 의욕만 앞서 못한 것이 많다”고 아쉬워했지만 엘리스 코치는 “어린 친구들 눈빛을 보니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어릴 때 이런 자리를 통해 농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엘리스 코치는 “행사를 하기 전 한국은 농구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직접 경험해보니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졌다”면서 자연스럽게 아시아 맹주 자리에서 밀려난 한국 농구의 문제를 진단했다.
그는 “먼저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줘야 하는 것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유소년 농구에 투자를 해야 한다”며 “어렵고, 길고, 지루할 수 있지만 당장 시작 하지 않으면 향후 KBL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감독도 “실력보다 저변이 문제”라며 “농구하는 사람 자체가 적다”고 동의했다.
또한 엘리스 코치는 한국 농구가 국제 무대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에 대해 “체격이나 운동 능력 때문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엘리스 코치는 지난 시즌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최연소 한 경기 70득점 기록을 세운 데빈 부커(21ㆍ피닉스 선즈)를 언급한 후 “많은 선수들이 부커와 비슷한 운동 신경을 갖고 있는데도 차이를 보였던 것은 농구에 대한 이해도”라면서 “어떤 종목이든 성공 하려면 두뇌와 열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질문에 “추 감독님과 오리온 구단이 농구 콘서트라는 좋은 씨를 뿌렸기 때문에 다른 구단이나 감독님들도 계속 물을 줘서 키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주간 오리온에서 스킬 트레이닝을 진행했던 엘리스 코치는 7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고양=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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