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노동자상 12일 인천 부평공원서 제막
김창곤 공동대표 “제작비 모아준 시민들에 감사”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은 잊혀져 가는 역사였다. 노동을 수탈 당하고 인권이 유린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 징용노동자상 건립이 필요했다.”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인천건립추진위원회 공동상임대표 김창곤(54)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징용노동자상을 세우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천 징용노동자상은 광복 72주년을 맞아 12일 오후 인천 부평구 부평공원에서 제막식을 갖고 일반에 공개된다. 부평공원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 조병창(군수물자 보급공장) 자리(현 미군기지 캠프마켓) 맞은 편에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10월 제막한 인천 평화의 소녀상도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 2월 건립추진위가 결성된 뒤 6개월 만에 징용노동자상이 세워지게 됐다”라며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작비 목표액(1억원)보다 많은 1억1,000여만원을 모아준 개인과 시민사회단체, 노조 분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징용노동자상은 이원석 조각가의 ‘해방의 예감’이다. 가로 4㎙, 세로 3㎙ 크기 청동상으로 일제 때 부녀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부평 조병창에서 참고 일했던 지영례 할머니의 개인사도 녹아있다. 일제 때 강제 동원된 것으로 확인된 인천지역 한국인 노동자는 현재까지 151명이다. 이중 32명이 지 할머니와 같은 어린 소녀였다.
이종구(중앙대 미술학부 교수) 제작위원장은 공모 당선작 발표 당시 “식민지 시대 억압의 현실을 넘어 해방을 염원하는 민족의 건강한 의지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징용노동자상은 작년 8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일본 교토(京都) 단바(丹波) 망간광산에 처음 건립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세워진 적이 없으나 12일 하루 인천과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2개의 징용노동자상이 동시에 세워진다. 서울의 징용노동자상은 양대 노총이 일본과 서울, 평양에 각각 세우기로 한 3개의 노동자상 중에 두 번째 것이다. 현재 인천과 서울 외에도 경남, 제주, 부산 등에서 징용노동자상 건립이 추진 중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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