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LG-두산의 잠실라이벌전. 8회말 1-1 동점을 만든 LG의 계속된 2사 1ㆍ2루 공격에서 두산 투수 이용찬이 던진 6구째 몸쪽 공에 LG 강승호는 왼손을 맞았다며 타석에서 벗어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손에 맞았는지 방망이 맨 밑 부분에 맞은 파울이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순간이었다. 그러자 권영철 주심이 다가가 강승호의 손을 확인하는 사이 LG는 트레이너까지 나와 진통제를 뿌리며 명백한 사구임을 주장했다. 더 헷갈려진 권영철 주심은 판정을 미룬 채 나광남 1루심과 장시간 상의했고, 약 5분 간의 장고 끝에 결국 파울을 선언했다.
그러자 예상대로 양상문 LG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은 확실히 강승호의 손이 아닌 배트에 맞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 이런 장면은 간혹 나온다. 선수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놀라 자신도 모르게 사구로 위장하기 위한 행동이 나올 수도 있고, 때로는 손에 전달되는 울림이 심해 맞았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처럼 간단한 결론 도출을 위해 허비한 시간과 소모적인 과정이다. 몸에 맞는 공과 타자의 파울 여부는 명백한 비디오 판독 대상이다. 권영철 주심이 파울인지 사구인지 즉각 판정만 내렸다면 두산이든 LG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을 것은 자명하다. 물론 주심으로서도 비디오판독 요청을 믿고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판정을 임의적으로 내리는 건 양심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30도를 넘는 폭염에도 야구장을 찾아 라이벌전의 백미를 즐기던 야구팬들은 팽팽한 승부의 긴장감이 한 순간에 풀리며 ‘뻔한’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
비디오판독은 홈런 판독을 제외하고 양 팀 감독이 한 경기에 각 두 차례씩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7회 이후엔 횟수 제한 없이 심판 조장의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추가할 수 있다. 경기 후반 승부처 일수록 결정적인 오심이 나오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주심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비디오 판독 대상이라면 감독의 요청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비디오 판독을 통해 신속한 판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처럼 적어도 경기 후반에라도 적용하면 보다 매끄럽고 공정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올 시즌 말 많고 탈 많은 오독 사태와 함께 개선해야 될 점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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