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사진=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공식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육상 황제'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의 시대가 마침내 그 끝을 알렸다.
볼트는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5를 기록하며 저스틴 게이틀린(미국•9초92)과 크리스천 콜먼(미국•9초94)에 이어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기대했던 황제의 마지막 모습은 아니었다.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3연패에 도전했던 볼트는 전성기 시절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게이틀린과 21살 신예 콜먼에게 앞을 내주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볼트는 이날 출발반응 0.183초로 결승에 나선 8명 중 7번째에 머물렀다. 전성기 땐 50m 이후 만회가 가능했지만, 30대에 접어든 지금은 달랐다. 그는 막판 스퍼트를 시도했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경기 후 외신들은 ‘최후의 모욕(Final insult)’, ‘충격적인 이변(Shocking upset)’, ‘가짜 뉴스(Fake news)가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볼트의 패배 소식을 전했다. 볼트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볼트는 지난 10여 년 간 ‘단거리 황제’로 군림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 계주를 석권하며 '세계 최고 스프린터'로 우뚝 선 그는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 단거리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베이징 올림픽 400m 계주에서 자메이카 대표로 함께 나선 네스타 카터(32)가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금메달 1개가 박탈됐지만, 볼트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 3관왕, 2016년 리우 올림픽 3관왕을 포함해 올림픽에서 총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11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가 보유한 남자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기록은 ‘불멸의 기록’으로 꼽힌다.
결과와 관계없이 볼트는 이날 ‘황제’에 걸맞은 대우를 받았다. 우승자 게이틀린은 볼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로 예우를 다했다. 런던 스타디움을 메운 6만여 관중도 볼트의 이름을 연호했다. 볼트는 이번 동메달로 통산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수를 14개(금 11, 은 2, 동1개)로 늘리며 멀린 오티의 최다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자메이카 대표로 활약하다 2002년 슬로베니아로 국적을 바꾼 여자 스프린터 오티는 1983년부터 2007년까지 8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0m와 400m 계주에서 금 3개, 은 4개, 동 7개 등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볼트는 이날 레이스 뒤 "출발이 부진했고, 중후반 레이스에서 만회하지 못했다"며 "다소 후회스럽다. 은퇴 경기라는 걸 의식하진 않았지만, 마지막 100m 결승에서 이런 결과가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경쟁자 게이틀린을 향해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볼트는 "정말 훌륭한 경쟁자다. 예전부터 그와 달릴 땐 최선을 다해야 했다"며 "게이틀린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고 우정을 과시했다.
볼트는 런던 스타디움 트랙에 입을 맞춘 뒤 자메이카 국기를 흔드는 팬들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에 응했다.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그는 "런던은 내게 행복을 주는 도시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번 대회 200m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한 볼트는 오는 13일 오전 5시 50분 열리는 남자 400m 계주에서 현역 마지막 레이스를 펼쳐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최다 메달 신기록에 도전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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