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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예술가의 중요한 문제”(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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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무엇을 말할 것인가, 예술가의 중요한 문제”(인터뷰①)

입력
2017.08.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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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제공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송강호는 영화 ‘변호인’ ‘사도’ ‘밀정’의 주인공이다. 그가 참여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순간에 우연히 들어가게 된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 역할을 맡으면서 송강호는 또 한 번 ‘시대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빛냈다. 꾸준히 영화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고 있는 송강호는 이번에도 진심을 강조했다.

“이 작품을 하는데 정치적인 부담보다는 마음의 부담이 컸다.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사람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었다. 정치적인 영화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처음 이 작품을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마음이 점점 커지고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열망이 생겨서 하게 됐다. 투자사도 참여하는데 걱정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을 꺾을 수는 없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려는 되나 철학을 무너뜨리기엔 열망들이 너무 컸던 것이다.”

‘택시운전사’는 지난해 가을 촬영된 작품이다. 정권에 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영화화하는데 충분히 걱정이 될 만 했다. 참여하는 사람 모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한 채 촬영에 임했고, 촬영 후반쯤 정권이 바뀌었다. 처음 촬영했을 때와 촬영 후반의 분위기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다들 엄청 많이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다.(웃음) 환호보다는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어찌됐건 국가적 비극이 아닌가. 꼭 그것 때문에 영화가 더 잘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제작하지 않았다. 어떤 시대든 우리가 가진 진심을 어떻게 거짓 없이 만들 것이냐가 중요했고, 외부적인 상황은 이 영화의 운명일 뿐이다. 우리에게 작동되진 않았다.”

“만섭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를 지킨 사람들의 열망이 모여 지금의 세상이 온 것이다. 1980년 광주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세상이 성숙하게 변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제공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인터뷰를 진행했다. 쇼박스 제공

비극적인 상황이지만 ‘택시운전사’는 슬픔만을 쥐어짜지 않는다. ‘택시운전사’는 ‘80년대 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고발하는 개념보다는 앞으로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한다. ‘택시운전사’ 측에서 가장 처음으로 공개했던 영화 포스터 역시 택시를 탄 송강호가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다만 우리 모두 당시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웃음 속에서 비극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아픈 비극을 국민들이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왔나’, 그리고 ‘어떻게 희망을 가졌나’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광주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이 많았고 훌륭하기도 했지만 우리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그것을 꼭 기억하자기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은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화지만 결국 실제 있었던 일이다. 실화라는 무게는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짓누르기도 한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죽고 상처를 입는데, 그들은 그저 등장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아버지이자 삼촌이다. 송강호 역시 처음 영화의 편집본을 보고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벅차오르는 장면도 있고 괴로운 장면도 있다. 아무래도 금남로 촬영할 때 울컥했다. 보조 연기자들이 실제 인물들 같아서 짠했다. 사람들이 만섭에게 주먹밥을 아낌없이 주고 박수를 쳐주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 ‘저렇게 순수했던 분들이 앞으로 벌어질 비극을 어떻게 감당하실까’란 생각이 들었다.”

‘택시운전사’는 한편으로는 도리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택시운전사인 만섭도 독일기자인 피터도 자신이 해야 했던 일을 놓치지 않고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1980년을 과거로 남겨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송강호가 소신을 지키고 이번 작품을 한 것 역시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우의 도리라고 하면 거창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단지 나는 1989년에 처음 연기를 시작하면서도 딜레마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연기를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잘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그게 다 100% 진심인가’까지 말이다. 예술가들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나도 20대 때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을 했다. 최소한 내가 하고 있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고 세월이 지난 다음에 돌이켜 봤을 때 아쉬움과 만족감 모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예술가로서 이런 작품을 하고 이 이야기에 중심에 있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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