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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낚시 손맛 보여주겠다던 유시민 꽝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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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낚시 손맛 보여주겠다던 유시민 꽝도사"

입력
2017.08.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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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알쓸신잡’은 방송 촬영이 아니라 매주 여행을 떠나는 신나는 작업이었다”며 “현재 출연자 그대로 시즌 2를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알쓸신잡’은 방송 촬영이 아니라 매주 여행을 떠나는 신나는 작업이었다”며 “현재 출연자 그대로 시즌 2를 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막상 끝나니 아쉽고 허전하네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55)은 지난 6월부터 9주간 방영된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이 종방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커 보였다. 황교익 뿐 아니라 유시민, 김영하 작가, 정재승 박사, 가수 유희열까지도 아쉬움이 컸던 듯하다. 비록 ‘아재’들의 모임이라 할지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좋았단다. 기차 여행을 떠나고, 해당 지역의 유적지를 돌며, 맛난 음식을 나누는 것이 그에겐 휴식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들뜬 기분을 만끽했었다고 한다

지난달 경기 일산서구 탄현동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난 황교익은 “사실 오늘은 유시민 작가와 낚시를 가기로 했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 취소했다”며 ‘알쓸신잡’이 만들어준 ‘의외의 우정’을 자랑했다. 방송에선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두 사람이지만 요즘 낚시를 함께 다니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고 했다.

돈독해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시즌 2’가 시급해 보인다. 황교익은 “제작진이 내게 시즌 2에 대해 얘기한 건 없다”면서도 “만약 현재 출연자 그대로 간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 ‘알쓸신잡’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황교익(왼쪽)과 유시민은 tvN ‘알쓸신잡’을 통해 ‘낚시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소양호로 두 번 낚시를 다녀왔다. CJ E&M 제공
황교익(왼쪽)과 유시민은 tvN ‘알쓸신잡’을 통해 ‘낚시 친구’가 됐다. 두 사람은 소양호로 두 번 낚시를 다녀왔다. CJ E&M 제공

“유시민이 주인공, 나는 보조역할”

두 사람은 ‘알쓸신잡’에서 유독 음식을 앞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전남 순천에선 병어 머리를 먹을 것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했고, 경남 통영에선 점심으로 복국과 장어탕 둘 중 무엇을 먹을지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그런 두 사람이 낚시를, 그것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니 의외다. 황교익은 “물론 유 작가와 몇 가지 안 맞는 게 있기도 하지만”이라며 웃더니 “’알쓸신잡’은 유 작가를 위한 방송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보조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들을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분이지 않을까요? 그의 이야기를 많이 끄집어 내서 듣게끔 하는 게 ‘알쓸신잡’의 기획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인문학이라는 건 지식을 전달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나는 누구인가’라고 질문하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봐요. 프로그램도 그 과정에서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왜 극복이 되지 않나’라며 유 작가에게 계속 질문을 해요. 방법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유 작가가 겪은 경험이나 정보들을 듣고 싶어한 게 아닐까 싶어요.”

황교익은 유 작가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정치가로서 한국정치에서 보여준 여러 행보들 때문이었다. 황교익은 “가장 감동했던 게 유 작가가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 첫 등정하는 날 백바지를 입고 나타났을 때”라고 했다. 2003년 유 작가는 재보선 당선 직후 국회의원 선서를 위해 흰색 바지를 입고 국회에 입성했다. 동료의원들은 “국회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며 유 작가를 질타했다. 황교익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뒤통수를 치더라”며 “완전히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유 작가와의 은근한 기싸움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소양호로 두 번 낚시를 다녀왔다. 매번 유 작가가 같이 가자고 제안했단다. 황교익은 농민신문에서 기자로 재직할 당시 사내 낚시모임에서 총무를 맡았을 정도로 ‘낚시광’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낚시를 끊어”왔다. 유 작가 덕분에 다시 낚시대를 잡은 셈이다.

“요새 유 작가가 속상한 상태”라는 황교익은 “손맛을 보여주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는데 보니까 ‘꽝 도사’더라”며 웃었다. 그는 “유 작가가 승부근성이 있어서 아마 계속 낚시터로 부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알쓸신잡’에 출연한 황교익(왼쪽부터)과 가수 유희열, 유시민 작가, 정재승 박사, 김영하 작가. CJ E&M 제공
‘알쓸신잡’에 출연한 황교익(왼쪽부터)과 가수 유희열, 유시민 작가, 정재승 박사, 김영하 작가. CJ E&M 제공

“김영하 작가가 좋아하는 쌈, 내가 싫어하는 음식”

‘알쓸신잡’은 통영을 시작으로 전남 순천과 보성, 강원 강릉 춘천, 경북 경주, 충남 공주와 세종 부여 등을 돌며 먹거리 기행도 선보였다. 출연자 넷은 각 지역을 들를 때마다 맛난 음식으로 두둑하게 뱃속을 채웠고, 음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춘천이 닭갈비로 유명해진 이유나 충청도 양반들이 쌈을 싸먹는 방법, 경주 최부자집의 비법으로 제작되는 교동법주, 통영의 음주문화, 강릉 커피가 유명한 이유 등 많은 잡학들이 나열됐다. ‘미식박사’ 황교익의 입담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알쓸신잡’을 보면 황교익은 그리 까다로운 입맛의 소유자는 아니다. 무엇이든 맛있고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도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맵고 달고 짠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은 되도록이면 “멀리”한다고. 황교익은 “자극적인 양념은 그 재료의 질을 중요하게 않게 한다”며 “달고 짜고 매운 양념들은 모든 음식의 맛을 똑같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먹거리들은 그에게 “분별없는 음식”으로 분류된다.

고기 쌈을 맛있게 먹던 ‘쌈 마니아’ 김영하 작가에게 “분별력을 없애서 좋지 않다”고까지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쌈은 쌈장에 마늘이나 고추를 놓으면 소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그 무엇이 들어가든 맛을 다 똑같게 만들어요. 음식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이 있는 데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고기 맛도 제각각 개성이 있는 것인데. 다양하게 맛을 즐기는 게 인간의 감각을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줍니다. 섬세하다는 것은 곧 음식으로 즐거움의 강도를 더 키워주는 거고요. 섬세해야만 세상을 더 행복하게 즐길 수가 있는 겁니다.”

‘알쓸신잡’은 첫 회 통영편에서 방영된 음주 장면으로 시청자와 언론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CJ E&M 제공
‘알쓸신잡’은 첫 회 통영편에서 방영된 음주 장면으로 시청자와 언론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CJ E&M 제공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관련기사] ☞ 황교익이 음식전문기자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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