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문화재 환수 작업하고 있는 한미 관계자들 대담

권순철(왼쪽부터)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돈 브룩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한국지부장, 문영철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이 지난달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한미 수사공조를 통한 문화재 환수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미국에서 도난품으로 확인됐던 문정왕후어보가 지난달 3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왔다. 명종 2년(1547) 명종의 어머니인 문정왕후(1501~1565)에게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리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현종이 왕세자로 책봉된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현종어보’도 함께 귀국했다.

우리나라 문화재는 예전부터 약탈이나 도난을 당한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 퍼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는 16만점 이상이다. 정부 협상, 소장자의 기부, 경매, 소송 등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는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진다.

이번에 돌아온 두 어보는 한미 양국의 ‘수사공조’라는 방법을 통했다. 미국 정부가 문화재의 도난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몰수해 다시 원소유국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정부 협상은 양자 관계에 국한되거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자국민의 영향을 많이 받고 변수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법적 강제성이 보장되는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수사공조는 비용이 들지 않는 고효율 환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문정왕후어보를 돌려받기 위해 2013년부터 한미 수사공조에 관여했던 4인이 한 자리에 모여 이번 환수 과정의 의의와 앞으로의 문화재 환수에 관련해 대담을 나눴다. 돈 브룩쉔 주한미국대사관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장, 문영철 당시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 교육운영과장), 권순철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이 지난달 28일 서울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한미수사공조란 무엇이고 이번 환수 의의가 무엇인가.

문영철(문) 전 문화재청 국제협력과장=“한미 수사공조란 미국 이민관세청(ICE) 소속 기관인 HSI에 수사 의뢰를 하면 HSI가 해당 문화재를 압수 몰수해 반환하는 일종의 국제 형사공조절차다. 문화재 불법거래를 방지하는 1970년 유네스코협약이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는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다. 2013년 5월 한국 문화재청의 수사요청으로 HSI가 어보를 압수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연방법원에서는 이를 도난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내에서 국새와 어보는 도난품으로 개인간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수사공조는 미국 아닌 다른 국가와는 어렵다고 들었다. 미국은 어떻게 가능한 건가.

브룩쉔(브) HSI 한국지부장=“미국은 1863년 전시문화재보호법을 만드는 등 문화재 불법 거래를 제한하는 법률이 잘 발달 돼 있다. 국내로 반입된 문화재가 도난품일 경우 반환이 수월한 이유다. 또 도난 문화재 반환을 통해 전세계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합의가 돼 있다. 2008년 이후 반환한 도난 문화재가 30개국 8,000점 이상이다. 개인적으로는 도미니카공화국의 원주민 문화재인 ‘타이노’ 수백점을 반환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권순철(권)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도난 당한 문화재는 범죄를 통해 얻은 범죄수익에 해당한다. 미국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민사몰수라는 제도가 있어 우리의 환수요청을 들어주는 게 수월하다. 민사몰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은 없이 물건만 압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문화재를 불법 반출한 사람이 도난품 여부를 알았는지부터 시작해, 문화재를 몰수하려면 사람 역시 장물취득죄로 기소해야 하는 형사몰수제도만 운영하고 있다.”

-민사몰수 제도에도 단점이 있지 않나.

권=“민사몰수를 하더라도 선의로 취득한 제3자는 보호돼야 하므로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문화재 환수는 법률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실무상 선의취득이더라도 해당문화재가 약탈문화재라는 점은 우리가 주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랑스 군인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의 경우 2007년 프랑스 정부 상대로 제기한 반환 행정소송은 기각됐지만, 약탈은 인정돼 프랑스 지식인 중심으로 반환지지 운동에 영향을 줬다.”

문=“민사몰수도 행정몰수와 사법몰수로 나뉜다. 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지만 제3자가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사법몰수는 이의제기를 막기 위해 아예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번 두 어보는 사법몰수 방식을 추진했고, 법률 절차가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권=“대검찰청은 2014년에 국내에 밀반입된 공룡 화석 11점을 지난 4월 몽골에 반환했다. 일본 쓰시마섬에서 한국 절도범이 훔쳐 온 불상 두 개 중 하나도 일본으로 반환했다.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물품은 소유자나 점유자에게 돌려주는 행정처리를 거친 것이다. 그런데 행정처리만 하면 추후 갈등의 소지가 남는다. 몽골의 공룡화석은 이를 밀반입하기 위해 돈을 투자했던 투자자가 권리를 주장했고, 부석사 관음상은 현재 소송 중이다. 문화재 반환 뿐만 아니라 범죄수익의 몰수를 위해서도 우리나라에 민사몰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정왕후어보. 문화재청 제공

-수사공조를 통한 또 다른 환수 사례와 앞으로 환수 가능한 문화재는.

문=“한국과 미국의 수사공조로 환수된 문화재는 2013년 고종이 발행한 최초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과 이듬해 ‘대한제국 국새’ 등 인장 9점에 이어 문정왕후어보가 세 번째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조계종에서 1999년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의 영문판을 유네스코 협약 당사국 132개국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미 도난을 통보한 국새와 어보 76과와 불교문화재가 미국 내에서 발견되는 경우 수사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제적으로 문화재 반환 막는 요인이 있다면.

브=“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거나 강력한 법 체제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다. 예를 들어 해외로 유출된 이라크 문화재들은 이라크가 안정되지 않으면 환수가 어렵다.”

권=“미국 같은 경우 환수에 호의적이고 문화재보다 법을 중시하는 나라인데 유럽국가는 그렇지 않고, 일본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법적인 조치만 강구할 것인지, 정책상 다른 방식도 함께 갈 것이냐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대검찰청은 물론 문화재청 외교부가 정책상 여러 가지 환수 방식을 논의해서 최종적으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문=“각국 법률체계 상이하고 우리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법적인 것보다 국민정서도 더 작용한다. 그것도 하나의 장벽이라고 볼 수 있다.”

김연수(김) 국립고궁박물관장=“어떤 방식이든 결국 원만한 인간관계가 가장 기본이다.”

이들은 도난 문화재는 거래 대상이 아니라는 걸 국내외에서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도 도난 문화재 목록이 공개 돼 있다. 두 어보는 19일부터 열리는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전시를 통해 일반에도 소개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