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사팀장 맡았다 좌천

국가정보원과의 오랜 악연을 끊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국정원의 댓글부대 운영과 조직적 여론 조작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선봉에 섰다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좌천됐던 그가 사건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건 1막은 윤 지검장에겐 시련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듬해 4월 민주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서울중앙지검은 당시 특수1부장에서 여주지청장으로 막 발령이 난 윤석열 지청장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윤 지검장은 2013년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하자 한 달 뒤, 상부 승인 없이 팀장 전결로 국정원 직원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가 직무에서 배제되고 정직 1개월에 고검 검사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수사팀은 원 전 원장에 대한 구속 기소 의견을 냈지만 관철되지 않아 원 전 원장은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특별수사팀 부팀장이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전 부장검사)도 이후 3년째 좌천 인사가 지속되자 지난해 1월 검찰을 떠났다.
고검 검사로 절치부심하던 윤 지검장은 지난해 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수사에 핵심 역할을 하고, 올해 5월 서울중앙지검 수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화려한 복귀와 함께 국정원 댓글 사건 2막을 열게 된 셈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3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하면 관련 자료를 보고 수사 방침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거듭 밝혔다. 댓글 부대가 30개 팀에 이를 만큼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던 걸로 추정돼 새 수사팀은 규모가 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외압에 맞서다 고초를 겪었던 윤 지검장이 수사 2라운드에선 정권의 전폭 지원 아래 수사를 총괄 지휘할 공산이 높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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