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론의 파이어스톤골프장(파70)에서 펼쳐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4일(한국시간) 시작된 1라운드에서 세계 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가 친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그는 여느 때와 달리 직접 야디지마커로 걸어가 위치를 확인하고 야디지북을 들여다보며 거리를 계산한 뒤 알맞은 클럽을 선택했다. 그의 곁에는 지난 대회까지 9년간 함께했던 캐디 JP 피츠제럴드가 아니라 죽마고우 해리 다이아몬드가 골프백을 메고 서 있었다.
매킬로이가 달라졌다. 디 오픈 대회 직후 피츠제럴드를 갑작스럽게 해고해 구설에 오르더니 죽마고우이자 사업가인 다이아몬드에게 임시로 골프백을 맡겼다. 골프에 대한 전문 지식이 비교적 부족한 다이아몬드가 캐디를 맡으면 경기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빗발쳤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오히려 자신의 플레이를 스스로 선택하게 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고 이는 좋은 결과로도 이어졌다.
매킬로이는 이날 보기 2개를 범했지만 버디 5개를 추가해 3언더파 67타를 기록, 공동 3위에 올랐다. 67타는 올 시즌 그가 1라운드에서 세운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매킬로이가 1라운드에서 70타 이하를 기록한 적은 이날 포함 4차례에 불과하다.
그는 이날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야디지북에 직접 무엇인가를 적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인데,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베테랑 캐디와 함께 했던 지난 세월을 되돌아 보며 “내 샷이 안 좋았을 때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리기 보다는, 캐디에게 더 많이 화를 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피츠제럴드와 결별 한 뒤) 지난 며칠 동안 스스로 야디지북을 들고 다니며 스스로 숫자를 새겨 넣고, 클럽을 선택하며 정말로 골프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년간 하지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달 31일 피츠제럴드를 해고했다. 당시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와 남자프로골프(PGA) 챔피언십이라는 굵직한 대회를 목전에 둔 터라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츠제럴드는 지난 10년 간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여전히 피츠제럴드를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때로는 개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일적인 문제를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며 결별 이유를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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