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 전 공관병 증언
“보도 내용 90%는 직접 겪은 일
아들 바비큐 파티 수발까지 시켜
전역 후에도 당시 기억 탓 고통”
군인권센터, 박 대장 부부 고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공관병 대상 ‘갑(甲)질’ 관련 제보가 속출하는 가운데, 박 사령관의 침묵과 해명에 분노한 제보자가 육성 증언에 나섰다.
박 사령관 공관에서 반년 이상 근무했던 전역병사 A씨는 4일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사령관이 (갑질 의혹을) 부인하는 것을 보고 ‘어쩜 저렇게 뻔뻔하게 아닌 척 할 수 있나’ 싶어 용기를 냈다”며 “(보도에) 나온 내용은 대부분 맞는 얘기고, 80~90% 정도는 제가 직접 겪었던 일”이라고 밝혔다.
취재진 앞에 선 A씨는 “박 사령관 부인이 공관병들을 개인 하인처럼 부린 게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고 입을 뗀 뒤 “하루 종일 손 하나 까딱 않으며 공관병들에게 거의 모든 일을 시켰고, 조금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인격모독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사령관 아들 식사준비, 빨래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여는 것도 공관병이 챙겨야 했다.
물건을 집어 던지는 일도 잦았다. 그는 “과일을 잔뜩 들여다 놓으니 썩곤 했는데, ‘(이것도) 관리를 못하냐’며 썩은 과일을 공관병들에게 던졌다”며 “‘아들 밥상에 오를 반찬 하나를 빼 먹었다’며 물건을 집어 던져 공관병이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사령관이 “손님이 방문했을 때 세 번 사용했다”고 해명한 전자팔찌에 대해서는 “24시간 차고 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호출 즉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여지 없이 폭언이 이어졌고, 화장실에 있거나 충전을 하느라 호출을 인지하지 못할 땐 사령관 부인이 “너네 내가 영창 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사령관 부인의 만행에 못 이겨 공관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군기가 빠졌다”(박 사령관)는 소리를 듣고 최전방 일반전초(GOP)로 보내진 공관병도 있었는데, A씨는 “나중에 들어보니 몸은 힘들지만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어 더 편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고통을 호소할 곳도 없었다. 컴퓨터나 휴대폰 사용이 제한돼 있어 외부와 소통이 쉽지 않았고, 녹음이나 촬영이 불가한 상황에서 당한 것을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는 게 A씨 말이다. 일부 지휘관은 공관병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고생이 많다” “조금만 더 버텨라”고 달래주는 게 전부였다. “다들 그 사람(박 사령관) 밑이니까 위안해주려고는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진 못했다”는 것이다. 전역 후에도 당시 기억으로 힘들었다는 A씨는 “공관은 폐쇄된 공간이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폐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령관 부부 갑질을 폭로한 군인권센터는 이날 “박 사령관을 형사입건하고 검찰수사로 전환한다는 국방부 결정을 환영한다”며 “박 사령관과 부인을 직권남용, 군형법상 가혹행위, 폭행 등의 혐의로 군 검찰단과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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