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숙면은 식욕도 잠재울 정도로 소중하죠”
최근 과다한 업무와 자기계발을 위해 시작한 미술공부에 치여 만성피로에 시달린 직장인 김지은(28)씨는 서울 종로의 회사 근처에 있는 낮잠카페를 방문했다. 해먹(나무 등에 달아매는 그물이나 천으로 만든 침대)에서 1시간 동안 꿀 같은 숙면에 빠져들면 주인이 친절히 깨워준다. 김씨는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도 들리고, 장소도 쾌적해서 정기 이용권이 있다면 구매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열대야와 업무로 인한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점심시간 힐링’을 선물하는 낮잠카페가 인기다. 낮잠카페는 현대인이 숙면을 위해 돈을 지출하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사업 중 하나다. ‘잠(sleep)’에 ‘경제(economics)’를 더한 ‘슬리포노믹스’ 사업의 국내 시장규모를 한국수면산업협회는 연간 약 2조원으로 추청한다.
낮잠카페는 직장인이 몰려있는 강남, 종로 일대에 모여있다. 비용은 한 시간에 5,000원부터 1만5,000원까지 다양하며 음료 제공과 안마의자 사용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명동에 위치한 한 수면카페 관리자는 “주 고객은 인근의 2030대 직장인으로, 11시부터 3시 사이에 활발하게 방문한다. 주말과 닿아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이용고객이 적고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방문객이 많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낮잠카페를 방문해 본 직장인들은 잠을 깊이 자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수면카페에서는 조명, 조용한 음악, 편안한 침구까지 세심한 숙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면카페를 애용하는 서규호(25•가명)씨는 “같은 비용이라면 목욕도 할 수 있는 찜질방이 낫지 않으냐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숙면을 위한 쾌적한 환경을 구매한다고 생각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낮잠카페를 찾는 이유는 한국인의 짧은 수면시간과 긴 근로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른 한국인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 평균 수면 시간인 8시간 22분보다 40분이나 짧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오래 일하는 국가' 2위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연간 2,113시간으로, 이는 OECD 평균 수준보다 20%가량 길다. 수면시간은 짧은데 일은 오래 하니 잠이 더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연이은 폭염도 낮잠카페를 찾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종로에 한 위치한 낮잠카페 관리자는 “여름철에 손님이 더 많은 편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아무래도 쉽게 지쳐서 그런 것 같다”며 “이에 맞춰 습도 조절을 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 인턴기자(숙명여대 경제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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