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이정현은 작은 체구와 상반된 카리스마와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배우다. 어느 작품에서든 자신만의 개성 있는 색깔을 드러낸다. 하시마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군함도’(7월 26일 개봉)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안부 피해자 여성을 대표하는 말년 역을 맡아 일제에 매섭게 저항하고 총을 겨눈다. 기존의 위안부 여성 캐릭터가 한 없이 약했던 것과 달리 ‘군함도’ 속 말년은 강하다. 이정현이 ‘군함도’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의 위안부 피해자 캐릭터는 너무 멋있었다. 위안부 여성들의 엄마 같은 존재이자 정신적 지주다. 조선인들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돕고 일본인들에게 총질도 하지 않나. 통쾌했다. 마치 원더우먼 같았다. 당당하고 강한 여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정현은 출연을 결심한 순간부터 말년 캐릭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눈물을 쏟았다. 첫 대본 리딩 때도 말년의 대사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류 감독이 위안부 피해자의 인터뷰 영상 링크를 보냈다. 이정현은 영상 속 피해자가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일제의 만행을 털어놓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저렇게 이야기할까 싶었다. 류 감독이 ‘우리도 이렇게 가자’고 하더라. 나 역시 감정을 절제하고 현실성을 강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정현은 외형 역시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가녀린 몸을 만들었다. 이정현은 “감독이 따로 요구한 게 아니다. 순전히 내 의지였다”고 했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 여성들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수모를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위안부 역을 맡은 내가 살이 올라 있으면 안 되지 않나. 너무 힘들었지만 다 같이 감량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제작진이 건강하게 다이어트 할 수 있도록 식단에 신경을 많이 써줬다.”
원래 말년은 표준어를 쓰도록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정현이 의견을 내 사투리를 쓰는 여성으로 바꿨다. 이정현은 “내가 낸 아이디어 중 가장 후회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사투리는 억양이나 단어 하나라도 틀리면 안 돼서 연기하기 너무 힘들었다. 말년이 대사에 욕도 많았는데 그걸 사투리로 하려니 더 힘들더라. 사투리 선생님, 욕 선생님을 따로 두고 연습했다. 후시 녹음을 두 번이나 다시 했다. 밀려오는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다시는 사투리 연기를 함부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번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말년과 최칠성(소지섭)의 러브라인이다. 티격태격한 첫 만남과 달리 최칠성은 말년에게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정현은 소지섭에 대해 “정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소)지섭 오빠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태도 좋기로 유명하다. 항상 제일 먼저 촬영장에 도착해 있었다. 칠성처럼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다. 연기할 때 의지를 많이 했다. 사실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지섭 오빠가 많이 도와줬다. 총이 무거워 중심을 못 잡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시범을 보였다.”
1996년 영화 ‘꽃잎’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침향’(2000년) ‘파란만장’(2011년) ‘범죄소년’(2012년) ‘명량’(2014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년) ‘스플릿’(2016년)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이정현은 여전히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요즘은 다양한 여자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기분 좋다. 저예산 영화에도 여성 원톱 시나리오도 꽤 있더라. 김윤진 언니, 김옥빈도 최근 ‘시간위의 집’ ‘악녀’를 통해 원톱 영화를 하지 않았나. 여성 캐릭터들이 더 활약해야 영화시장이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다. 아! 로맨스나 멜로영화도 만나보고 싶다. 잘할 자신 있다(웃음).”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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