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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바다에서 서로 도와야죠”

입력
2017.08.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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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해경 라이프 세이버 1호 선정

하건조 선장, 표류 중 선원 8명 구조

“바다에서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사고인데 같은 어민으로서 서로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3일 부산선적 제2윤정호(79톤) 하건조(58ㆍ경남 통영) 선장은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의 제1호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로 선정된 소감으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해상에서 침몰한 278톤급 어선에서 선장 등 승선원 8명의 목숨을 구한 하건조 선장(오른쪽)이 3일 이재두 서귀포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라이프 세이퍼' 기념패를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해상에서 침몰한 278톤급 어선에서 선장 등 승선원 8명의 목숨을 구한 하건조 선장(오른쪽)이 3일 이재두 서귀포해양경찰서장으로부터 '라이프 세이퍼' 기념패를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귀포해경에 따르면 2월 20일 오후 1시30분쯤 제주시 우도면 북동쪽 44㎞ 해상에서는 부산선적 근해대형선망 어선 K호(278톤ㆍ승선원 10명)가 구조 신호를 보낸 후 불과 6분 만에 침몰했다.

구조 신호를 받은 서귀포해경 상황실 근무자는 즉시 인근 해상에 있던 하 선장에게 구조 협조를 요청했다. 하 선장은 당시 강한 바람과 함께 3m 높이의 파도가 이는 악천후 속에서도 최대 속력으로 사고 해역을 향해 배를 몰았다. 30여 분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하 선장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구명보트에 매달려 있는 K호 선장 김모(59ㆍ부산)씨 등 한국인 6명과 N(42)씨 등 베트남인 2명을 발견했다. 이어 하 선장과 선원들은 구명보트로 다가가 김씨 등 8명을 한 명씩 차례로 구조했다. 이날 사고로 K호 탔던 선원 8명은 하 선장에 의해 구조됐지만, 1명은 실종됐고 다른 1명은 해경 함정에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하 선장이 이날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면 나머지 선원들도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었다.

하 선장은 “망망대해에서는 사고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며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배가 나를 구조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고 그런 믿음이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귀포해경은 민관이 협력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2015년 7월부터 라이프 세이버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발생한 어선 사고 중에서도 인근 어선이 구조에 나서 많은 인명을 구했지만, 제2윤정호는 악천후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고, 단일 사고에서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해 라이프 세이버 제도 시행 2년 만에 제1호로 선정됐다.

이재두 서귀포해경서장은 “이어도 해역까지 관할 해역이 넓어 먼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해경이 출동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하 선장과 같은 제2호, 제3호 라이프 세이버가 계속해서 선정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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