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로 탄핵 목전까지 갔던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가까스로 사법처리를 피했다.
브라질 연방하원은 2일(현지시간) 테메르 대통령을 연방대법원 재판에 회부할지 여부를 놓고 표결에 부쳐 찬성 227표, 반대 263표로 부결시켰다. 23명은 기권했다. 재판이 성립되려면 전체 재적의원 513명 중 3분의 2(342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테메르 대통령은 올해 초 세계 최대 육가공업체 JBS로부터 15만2,000달러(1억7,000여만원)를 받아 챙겼고, 1,150만달러를 추가 제공 받기로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6월 말 브라질 역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만약 재판 회부안이 의회에서 가결됐다면 그는 180일간 직무가 정지돼 꼼짝없이 사법처리를 받을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번 표결은 당초 부결 전망이 우세했다. 영국 BBC방송은 “브라질 정치권은 더 이상 정치적 혼란이 아닌 안정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테메르 대통령이 같은 법적 절차를 밟은 지우마 호셰프 전 대통령처럼 끝내 탄핵될 경우 1년 사이 국가 수장이 세 차례나 바뀌는 비극을 피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브라질 5개 주요 정당은 표결에 앞서 테메르 대통령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였다. 그는 또 영향력이 큰 의원들 지역구에 연방정부 예산으로 수백만달러의 ‘당근’을 지원해 환심을 샀다.
하지만 의회 표결은 정의 회복을 바라는 여론과 동떨어진 결과여서 성난 민심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기관 이보페가 실시한 설문에서 ‘대통령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테메르에 대한 지지율도 5%에 불과해 2015년 호셰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했을 당시 지지율(9%)보다 낮았다.
야권은 “브라질이 범죄를 저지른 폭도에 통제되고 있다”며 강력한 반정부 투쟁을 선포했다. 검찰도 부패 혐의 대신 테메르 대통령을 사법방해와 범죄조직 가담 혐의로 재기소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테메르 대통령은 각종 개혁법안을 밀어붙여 의혹을 완전히 잠재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지난달 의회에서 논란이 많은 노동개혁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1월 임기 종료 전 연금제도를 전면 개편해 성장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표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브라질은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 반드시 임기를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