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 유입 기대감 무색
다우 사상 최고치 기록에도
외국인 매도 속 40P 급락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거란 전날의 기대감도 잠시,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강화와 부동산대책의 후폭풍 우려로 3일 주가가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0.78포인트(1.68%) 하락한 2,386.85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2% 넘게 하락해 2,374.11까지 밀렸다가 겨우 2,380선을 회복했다. 40포인트가 넘는 이날 코스피 낙폭은 42.25포인트(1.73%)가 내렸던 지난달 28일 이후 불과 4거래일 만으로 그간 큰 흔들림 없이 상승세를 이어왔던 국내 주가가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간밤 미국 다우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흘 연속 상승하던 코스피가 급락한 건 전날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과 부동산대책 영향이 컸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세법개정안과 8ㆍ2 부동산 대책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4,039억원)의 대규모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높이는 등 법인세를 지금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주식 투자의 기본 잣대인 기업 이익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에 집중된 법인세율 인상과 세금혜택 축소는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올해 같이 이익증가율이 30%를 넘는 상황에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내년은 예상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 대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8개월째 쉼 없이 올라 피로감이 쌓인 상황에서 전날 쏟아진 대책들이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린’ 효과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그간 너무 빨리 올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는 데다 정보기술(IT)주 고점 논란으로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법인세와 대주주 양도세 인상안이 나오자 투자자들이 이를 매도 계기로 삼은 셈”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법인세 악재 못지 않게 부동산 대책도 이날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날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부동산 투자금이 묶이게 된 만큼 시중 여유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규제 수위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 속에 이날 관련 업종 주가는 급락했다. 코스피 전체에서 가장 하락폭이 큰 업종을 증권(-4.84%)과 건설업(-4.69%)이 차지했을 정도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건설사 주택부문 실적은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내년부터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폭풍을 피해갈 순 없었다. 장중 2.41%까지 하락했다가 전날보다 14.43포인트(2.19%) 떨어진 643.09로 마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다만 “세법개정안은 어느 정도 예견된 데다 향후 정기국회에서 수정될 가능성도 있고,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리스크의 지속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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