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프로야구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다.
프로야구 kt는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IA와 홈 경기에 이옥선(90) 할머니를 시구자로 초청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시구자로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파병군 시구, 장애인 시구 등 의미 있는 시구를 기획해왔던 kt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로·지원하고, 사회적 관심을 도모하기 위해 이번 시구 제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kt는 고령의 할머니가 더운 여름 공을 던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해 이번 시구 초청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그러나 이옥선 할머니도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시구자 선정이 확정됐다. 이옥선 할머니는 시구 전 마운드에서 kt 선수단과 야구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터뷰도 할 예정이다.
kt는 시구 위치를 조절하거나 기구를 제공하는 등 할머니가 편하게 시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에 고난을 당한 후유증과 심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자유로운 보행이 어렵다. 부산 출신인 이옥선 할머니는 14세 때 중국 옌지(延吉)로 끌려가 3년간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런데도 미국, 일본, 호주, 독일, 중국 등 해외를 누비며 위안부 참상을 알리는 강연과 증언을 하는 데 헌신해왔다.
이옥선 할머니와 함께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할머니들과 관계자 등 20명도 야구장에 초대를 받았다. 할머니들과 관계자들은 kt 구단 버스를 타고 야구장으로 이동하고, 스카이박스에서 이날 경기를 관람한다. kt는 경기 후 할머니들의 귀가도 지원한다.
SK 구단도 kt와 뜻 깊은 활동에 동참한다. 두 구단은 8월 5차례 맞대결에서 기금을 모아 나눔의 집에 전달하기로 했다. 4∼6일, 12∼13일 kt-SK 경기에서 홈런, 안타가 나올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할 계획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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