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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 구긴 틸러슨...백악관 “北과 협상은 없다”

입력
2017.08.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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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하루 만에 강경론 선회

맥매스터는 “군사옵션 검토”

MSNBC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MSNBC
MSNBC와의 인터뷰에 출연한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 MSNBC

대통령의 ‘전쟁불사’ 발언까지 알려지는 상황에서 브리핑을 자청해 북한과 적극적인 대화를 주장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제대로 체면을 구겼다. 대북 이중 시그널로 혼선을 줬던 미국의 대북 기조가 2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강경론으로 정리됐기 때문이다. 외교 경험이 없는 미국 외교수장 틸러슨 장관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언론들은 정부에서 갈수록 장악력을 잃어가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외교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권력 2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먼저 나서 사태를 수습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동유럽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진행된 언론과의 질의 응답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전략에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배제하지 않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시점에 대화를 하고 싶다”라는 전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을 읽은 대북 위협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MSNBC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에 대해 “밤에 편하게 잠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지어 국무부도 전날 틸러슨 장관의 대북 대화론과 배치되는 반응을 보였다. 틸러슨 장관의 천거에도 불구, 백악관의 반대로 동아태 차관보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는 수전 손턴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이 6일 시작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마주쳐도 대화할 계획이 없다”라며 “다른 회원국과 북한의 회원자격 정지를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손턴 대행은 또 “현 시점은 북미 대화가 가능한 때가 아니다”라며 상관인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뒤집었다.

북한 문제를 놓고 백악관과 외교수장이 같은 날 엇박자를 내는 난맥상을 보이자 틸러슨 장관을 겨냥한 미국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CNN은 틸러슨 장관의 ‘대화’ 발언으로 미 정부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불투명한 메시지가 북한을 다루는 미국의 입지를 좁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시 틸러슨 장관이 혼란을 불렀다고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미국이 북한에 안보를 보장해준다면 김정은 정권이 핵협상에 나서리라 믿는 틸러슨 장관은 지난 20년간 교훈에서 배운 게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틸러슨 장관의 돌출행동으로 드러난 대북 외교 혼란은, 경영자 출신으로 정무 감각이 떨어짐에도 섣불리 외교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다국적 석유기업 엔손 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러시아 프로젝트’를 해결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쌓는 등 문어발식 인맥으로 국무장관에 발탁됐지만 취임 이후 색깔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 외교ㆍ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일이 거의 없고, 언론 접촉을 꺼리는 은둔자적 성향으로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코드가 맞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에 사실상 ‘미국의 입’ 역할을 내줬다는 평가마저 들려온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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