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학 관련 스캔들로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던 아베 일본 총리가 중폭 규모의 개각을 단행했다. 집권 이후 세 번째인 이번 개각에서 눈에 띄는 인물이 두 사람 있다. 노다 세이코(56) 총무장관은 2년 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대항마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당내 반대 세력도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다. 고노 다로(54) 외무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처음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의 아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내가 뭐라도 했나?” 고노 다로 의원이 2013년 8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위안부 문제로 거짓말을 퍼뜨린 놈!”이라는 댓글에 화가 나서 쓴 것이었다. 그 몇 달 전에도 “고노 다로는 자신이 낸 담화를 정당화하지만 이 놈은 자신이 검증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이 없을 게다”라는 댓글에 “고노 담화를 고노 다로가 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일반인의 상상을 넘을 정도로 많다”고 답했다. 이번 외무장관 기용이 알려지면서 SNS에서 비난 글이 끝도 없다.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 외무장관이라니 어이없다”거나 “이 참에 아들이 고노 담화를 부정하면 아버지도 할 말이 없겠다”는 식이다.
▦ 고노 다로 의원은 원전 추진파가 다수인 자민당 내에서 탈원전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동료 의원들에게서 “공산당이나 사회당으로 가 버려라”는 말까지 듣는 ‘이단아’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밝힌 적은 없었다.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노 담화 Q&A를 사실 소개 수준으로 싣는다거나, 극우들의 비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아버지와 생각이 다르다는 느낌도 든다. 3일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위안부 한일 합의가 착실히 진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본 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한 정도였다.
▦ 문재인 정부가 졸속이라는 지적이 많았던 위안부 한일 합의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 과거사 문제는 늘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양국 합의로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지만, 위안부 합의처럼 여론의 반발을 살 바에야 아니 함만 못하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재협상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으나 지금 분위기로는 과거사 문제를 아우르며 한일 관계의 미래를 내다본 새로운 선언이나 합의를 출구로 삼을 수도 있겠다. 일본 새 외무장관이 중도 성향이니 이해 조정의 여지는 조금 넓어졌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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