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차준환/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난 2월말 평창 조직위원회(조직위)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한 고위 관계자는 좀처럼 평창 올림픽 붐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자 “아직은 모른다”며 “대회가 다가올수록 차준환(16ㆍ휘문고)이 떠오를 수 있다. 차준환이 해주면 한순간에 확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남자 김연아(27ㆍ올댓스포츠)로 불리는 차준환은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평창의 흥행을 이끌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일본이 이른바 ‘골드 바디(금메달 몸)’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하뉴 유즈루(23ㆍ일본)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조직위는 내다본다.
그러나 믿었던 차준환이 출발부터 삐끗했다. 지난달 30일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대표 1차 선발전에서 부진하며 순식간에 출전조차 장담 못할 처지에 몰렸다. 차준환은 발목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점프를 소화하지 못해 3위(총점 206.92)에 머물렀다.
선두로 치고 나선 건 한때 국내 피겨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준형(21ㆍ단국대)이다. 그는 228.72점으로 김진서(21ㆍ한국체대ㆍ223.49점)를 앞섰고 차준환과 간격은 20여점차로 벌렸다.
기대주 차준환은 ‘산 넘어 산’인 형국에 처했다. 자력으로는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선배 이준형의 선전을 기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자 싱글 종목은 아직 평창 올림픽 출전권이 없다. 이번 대회 1위인 이준형이 오는 9월 국제빙상연맹(ISU) 네벨혼 트로피에 대표로 나가 이미 티켓을 확보한 출전국 선수들을 제외하고 6위 안에 들어야 1장을 얻을 수 있다.
이 출전권을 놓고 차준환은 2,3차 선발전에서 20여점 차 뒤집기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산이다. 최악의 경우 이준형이 레벨혼에서 쿼터를 못 받으면 개최국은 ISU가 정한 최소 기술 점수를 만족하고 단체전(팀 이벤트)의 추가 정원(10명) 내에서 쿼터가 남았을 때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정이 복잡해 이준형이 티켓을 따오는 게 이상적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어차피 중요한 거는 이번에 1위를 한 이준형이 쿼터를 따오는 것”이라며 “팀 이벤트 구성이 끝나야 개최국 쿼터가 종목별로 결정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형이 레벨혼에서 티켓을 따면 개최국 쿼터는 없다. 따라서 자력으로 나갈 수 있게 쿼터를 따오길 바라는 게 최선이다. 혹시 못 따서 남자 싱글에 개최국 쿼터 1장이 주어지더라도 선발전 순위에 의거해 1위가 평창으로 간다. 협회는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해 대회를 잘 치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차준환으로서는 어떤 경우이든 선발전에서 1위를 해놓고 볼 일인데 녹록하지 않다. 피겨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른쪽 발목 염증이 생겨 2일 시작하는 아시아 그랑프리 오픈에 출전 안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김연아도 그랬고 부츠가 문제다. 지난 선발전에서 브라이언 오서 코치(56ㆍ캐나다)를 만났는데 부상 때문에 쉽지 않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전언했다.
정상이 아닌 컨디션도 문제지만 단순 수치상으로 이미 20여점 차나 벌어진 격차를 만회할 수 있느냐 역시 난제로 남아있다. 이 지점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차준환은 지난해 242점대를 받은 적이 있다. 12월과 내년 1월 열리는 2,3차 대표 선발전에 맞춰 몸 상태만 회복한다면 역전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계자가 있는 가하면 “20점이 적은 차이가 아니다. 어떻게 20점 차를 만회할 수 있을까. 이준형이 된다고 본다”는 전문가도 있다.
최우선적으로는 발목부터 완치할 필요가 있다. 차준환 측 관계자에 따르면 “부츠가 눌러서 발목이 여전히 아픈 상태”다. 여러 부츠를 시도해봤고 통증을 참고 대회 직전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츠를 택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막일이 2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뜩이나 붐이 일어나지 않는 평창 올림픽에 흥행의 열쇠를 쥔 차준환의 부진이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손석희,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요즘 후배들이 이렇다' 발언 재조명
택시운전사 관객수, 다양한 누리꾼 반응 '비극적 현대사의 진실' '송강호 연기로 움직인다'
박열 최희서, 가네코 후미코 무덤 앞에서...'꽃보다 사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