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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나는 누굴까… ‘어른이’를 울리는 여행

입력
2017.08.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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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은 만남과 발견,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이다. 아이위즈 제공
'내가 누구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은 만남과 발견,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이다. 아이위즈 제공

오렌 라비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한윤진, 우현옥 옮김

아이위즈 발행ㆍ44쪽ㆍ1만1,000원

살다 보면 종종 크고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으면 다행이련만 때때로 그 돌부리들은 우리 삶을 통째로 넘어뜨리려 든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당황하고 짐작보다 큰 타격에 휘청대다 보면 온통 뒤죽박죽이다. 이제껏 믿어온 것들이 다 의심스럽다.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리어왕처럼 외치고 싶어진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줄 이 아무도 없느냐고.

‘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는 루이스 캐럴과 미하엘 엔데의 후예가 이런 이들에게 넌지시 건네는 작은 선물 같다. 고전적인 은유와 암시,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로 가득한 선물이다.

숲 한가운데 커다란 곰이 서 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곰인지 털북숭이 벌레인지 또 다른 무엇인지. 살아 있기에 그저 열심히 살았다. 몸이 가려우면 나무에 대고 벅벅 문질렀고 하루하루 키가 크고 코가 크고 털도 북슬북슬 자라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다 지금 문득, 뭔가 아주 중요한 걸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혀 서 있는 것이다. “내가 누구지?”

그리하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찾으러 세상 속으로 걸어간다. 길잡이는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쪽지다. “네가 나야?”라는 질문. “정말 네가 나인지” 확인해보라는 권유. “난 매우 상냥한 곰”이고 “정말 행복한 곰”이며 “몹시 사랑스러운 곰”이라는 힌트.

여행은 만남과 발견, 배움과 깨달음의 연속이다. 불도롱뇽, 들소와의 만남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존재인 나, 타인에게 비춰진 내 모습을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과정이고, 꽃송이 수를 세는 데 집착하는 펭귄과의 만남은 자신의 가치관을 확인하고 자기 삶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거북이 택시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앞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며 가야 할 방향과 목적지란 결국 자신이 도착한 곳일 수도 있다는 삶의 역설을 배운다.

여정의 끝에 다다른 곳은 “곰의 집”, 바로 자신의 집이다. 거울 앞에서 곰은 재창조된 자신을 마주한다. “아! 네가 나구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반갑고 사랑스럽다. 자기 긍정, 자기 승인의 순간이다.

이제 곰은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 그러나 또 어떤 돌부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여행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이니까.

아무래도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 호소력 깊을 철학적인 우화. 섬세하고 고풍스러운 판화와 묵직한 질감의 강렬한 캐릭터가 신선한 조화를 이룬다.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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