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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즐겁다" 입단 9년 차, 장영석에게 찾아온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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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즐겁다" 입단 9년 차, 장영석에게 찾아온 '봄날'

입력
2017.08.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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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장영석/사진=넥센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넥센 장영석(27)은 프로 데뷔 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단 9년 차 만에 찾아온 '봄날'이다.

그는 넥센에서 가장 '핫'한 타자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3홈런 10타점을 올리며 펄펄 날고 있다. 장정석(44) 넥센 감독은 당초 지난달 말 영입한 외국인 타자 초이스(27)를 1루수로 쓰려고 했지만 장영석의 활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장 감독은 "장영석이 1루에서 잘해주고 있다. 초이스는 당분간 우익수로 기용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올 시즌 전만 해도 장영석은 '잊혀진 이름'에 가까웠다. 2009년 히어로즈 2차 1라운드 3순위로 지명 당시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지만,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됐다. 2011년에는 투수 전향을 시도했지만 2경기에 나와 2이닝 2피안타 4볼넷 4실점에 그쳤다. 장영석은 "볼 배합에 대해서도 더 생각을 하게 됐고, 좋은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는 투수 전향 시도에도 얻은 점이 있다. 하지만 시간을 허비했다는 점에선 잃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듬해 다시 타자로 돌아와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팀에 합류했지만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해에는 23경기에 나와 타율 0.192(26타수 5안타) 3타점에 머물렀다. 장영석은 "군대만 갔다 오면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쉬운 게 아니더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8일 올 시즌 두 번째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윤석민(32·kt)이 트레이드로 kt로 떠난 다음날이었다. 자리가 빈 1루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반 활약은 미비했지만 꾸준히 출장 기회가 주어지자 장영석도 팀의 믿음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건 '마음'이다. 장영석은 "야구를 괜히 멘탈 경기라고 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곱씹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를 짓눌렀다. 장영석은 "예전에는 의욕이 많이 앞섰다. 3~4경기를 꾸준히 나간 적이 별로 없다 보니 타석에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제는 조바심을 떨쳤다. 장영석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니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여유가 생겨서 방망이도 과감하게 돌릴 수 있다"며 웃음지었다.

윤석민의 트레이드가 그에게는 기회가 됐다. 장영석 역시 "석민이 형이 떠난 게 나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회 또한 준비된 자만 잡을 수 있다. 장영석은 "군 입대 전까진 나만의 루틴이 없었다. 경찰 야구단에 있으면서 루틴을 만들어 훈련을 했고, 2군에 내려가서도 정해진 루틴 대로 계속 훈련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장정석 감독은 장영석의 활약에 대해 "그동안 준비를 잘 해왔단 얘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는 야구장에 나오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장영석은 "야구장에 오는 게 즐겁다. 중요할 때 안타도 나오고 하니 타석에 들어가는 게 재미있다. 정말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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