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6~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관련 회의에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미 국무부가 2일(현지시간)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대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더욱 신속하고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촉구하는 한편 아세안 국가들의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은 마닐라에서 북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한 후 “어느 시점에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며 대화론을 제기한 바 있다. 손턴 부차관보 대행은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를 감행하는 등 위협의 수위를 고조시키는 현시점은 북ㆍ미 대화가 가능한 ‘어느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손턴 대행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 압력을 증폭시키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 개발의 기회비용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틸러슨 장관이 마닐라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왕이 부장과 회담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손턴 대행은 “중국이 중대한 조치, 솔직히 말하면 전례 없는 조처를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더 많은 조치를 할 수 있다. 더욱 신속하고 더 많은 조치가 이뤄져 더욱 명확하고 빠른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손턴 대행은 조만간 예상되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관련 대중국 제재와 관련해선 “북한과 무역 이슈는 업무가 아닌 일종의 철학적인 방식으로 연결된 것”이라며 무역 제재와 북핵 문제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위협이라는 동북아가 직면한 핵심적인 안보 도전에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생산적이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시장에 호혜적이고 공정한 접근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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