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구판매ㆍ사용 금지법에도
가스총 등 판매 사이트 수십곳
간단한 정보 입력하면 쉽게 구매
작년 고발 건수 고작 16건 불과
2006년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이모(52)씨가 판매하는 물건은 조금 특별하다. 다름아닌 경찰장비. 다양한 종류의 수갑은 물론, 경찰용 허리띠(권총, 수갑 등을 넣는 용도)도 판매했는데 찾는 사람도 많아 벌이도 나쁘지 않았다. 근 10년 사업을 해 온 그는 ‘경찰제복및경찰장비의규제에관한법률(경찰제복장비법)’이 시행(2015년 12월 31일)되며 사업을 이어갈 것이냐 중단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섰다. 법은 경찰제복ㆍ장비의 제작ㆍ판매ㆍ대여는 물론 사용ㆍ소지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뚝 끊길 거란 우려와 달리 수요는 꾸준했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판매를 지속하다 결국 지난 6월 서울 송파경찰서에 덜미를 잡혔다. 1년 반 동안 그가 727명에게 장비를 팔아 챙긴 돈은 6,353만원이나 된다.
경찰제복장비법이 시행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불법 거래가 활발하다. 경찰 장구, 용품의 무분별한 거래가 경찰 사칭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도 지난해 적발 건수는 고작 16건에 불과하다.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을 사칭한 범죄는 곳곳에서 일어난다. 4월 전남 순천에서는 20대 남성이 고물상에서 훔친 경찰관 우의를 입고 편의점에 들어가 경찰인 척 행세하며 “주변에 강도가 발생했으니 화장실에 숨어라”고 한 뒤 현금 11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40대 남성이 중고 거래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장난감 수갑을 꺼내 구매자를 협박한 뒤 납치하려다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간인이 경찰 조끼를 입고 교통단속에 나섰다 시비가 붙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거래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구매가 쉽기 때문이다. 원하는 제품을 찾고, 주문서를 작성한 뒤, 입금하는 게 전부. 실제로 경찰 장구 중 가장 많이 찾는다는 ‘수갑’은 수십 개 판매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다.
그 중 10여개 수갑 제품을 구비한 한 사이트에 접속해 ‘최고품질’이라는 홍보문구가 붙은 4만8,000원짜리 스테인리스 수갑을 클릭했다. 이 사이트에는 ‘만 19세 이하의 청소년은 구입을 금지합니다’ ‘경찰기관이 아닌 일반인은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공지가 돼 있었으나, 흔한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주문서 접수가 가능했다. 주문서에는 이름, 휴대폰 번호, 집 주소와 같은 배송에 필요한 간단한 정보를 기입하는 게 다였다. 신분은 물론 연령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 업체에 “문자메시지로 전송된 계좌번호로 입금하면 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입금 확인 후 배송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갑뿐만 아니라 심지어 시위진압용 방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찰용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경찰 계급장이나 경찰 마크는 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경찰로 위장하는 게 손쉽다는 얘기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제복과 장비의 불법유통이 경찰 신뢰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적극적 단속을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