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연합회 김순구 정책위원장
“징용 피해 국가 중 한국만이
단 한 푼도 개별보상 못 받아”
피해자·유족과 손배 소송 진행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를 당한 국가 중에서 개별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72주년 광복절을 10여일 앞둔 2일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순구(42) ‘대일항쟁기강제동원 피해자연합회(연합회)’ 정책위원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으로 이끌려간 노동자가 7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아 낸 게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 ‘군함도’의 흥행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으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처럼 실질적인 사죄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8월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연합회가 지난 5월 ‘노동자상건립추진본부(추진본부)’를 발족한 것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다짐의 하나였다. 김 위원장은 추진본부의 본부장도 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추진본부 설립을 계기로 징용피해 실상을 알리는 일에 본격 나설 참”이라며 “가장 상징적인 활동이 징용 피해자들의 희생을 기리는 ‘노동자상’ 설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 성금 등을 통해 노동자상을 만든 뒤 징용피해와 연관이 깊은 장소를 선정,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힘겹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녀상 옆에 징용피해자상을 나란히 두어 서로를 지켜 주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귀띔했다. 연합회는 광복절을 맞는 이달 중 구체적인 건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연합회가 또 하나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일본전범기업을 향한 개인미불노임청구소송이다.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임금지급 등의 문제가 1965년 한·일 협정 때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당시 협정은 경제재건을 이유로 맺은 불합리한 조약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 군인과 군속 등을 대상으로 한 보·배상일 뿐이었다”며 “탄광 채굴이나 토목사업 등에 동원된 민간인들 몫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는 이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1,004명을 모집해 일본 전범기업 80여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 본부장은 “이 대규모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전범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상당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가압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라도, 일본이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옥죄겠다는 의지다. 그는 우리 법정의 판결을 미국 내에서 집행한 판례가 다수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영화 ‘군함도’를 그냥 영화로만 보고 잊을 것이 아니라, 징용피해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전달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더는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외교를 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일본의 올바른 선택과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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